중국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멤버들로만 구성된 중국음식 동아리에 속해 있던 은영(최지헌)은 어느 날 자신의 주관으로 요리를 주문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울렁증 때문에 실패하고는 대책 없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엄마 카드를 훔쳐 몰래 예약한 호텔은 다음 날로 예약되어 있었고, 하룻밤 잘 곳을 찾던 은영은 우연히 동환(방주환)을 만나게 된다.
요리를 공부하러 왔던 동환은 넉넉지 못한 상황으로 학교에서 나온 뒤 북경의 식당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우고 있던 차.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회의감에 빠진 상태에서, 좋게 말하면 순진한(사실 눈치 없고, 대책 없이 행동부터 앞서지만 좀처럼 혼자 뭘 해 본적이 없는) 은영을 만나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물론 은영 역시 동환과 며칠간의 동행을 통해 뭔가를 깨닫는 것 같기고 하고.
한 시간 여 되는, 그리 길지 않았던 영화다. 원작은 나도 몇 편인가 봤지만 내용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 웹툰이다. 영화 전체에 다양한 중국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제는 조금 진부하게 느껴지는 먹방 콘셉트랄까. 물론 뭔가를 먹는다는 건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나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우리 삶엔 더 중요한 일들도 많지 않은가.
뭔가를 먹으며 그 음식에 담긴, 혹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음미하며 자신의 삶까지 돌아본다는 모습을 보며, 이제 먹는 일이 마치 뭔가를 묵상하는 것처럼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근대 이후 세상은 신의 자리에 온갖 것들을 대신 세워두었는데, 이젠 음식도 그 중 끝자락쯤에는 올랐나 보다.
영화는 요리를 즐기는데 무슨 격식이나 절차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을 대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이것 다음에 저것이라는 공식에 따라 음식을 먹는 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그런 것들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하나하나를 마음껏 음미하며 즐기는 것도 썩 괜찮은 일. 남들 모두가 사는 대로 가야만 잘 사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마주하는 일들로부터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이고, 그 의미라는 게 누군가를 괴롭히는 덜 떨어진 일이 아니라면 충분히 멋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