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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도
채여준 감독, 오승훈 외 출연 / 미디어룩 / 2020년 12월
평점 :
누가 봐도 20대인 듯한 배우들이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것까지야 이해할 만했다. 연기 경력이 그리 많지 않았던 배우들이 조금은 어색한 연기를 하는 것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진행되면서 점점 규모를 키워가는 학교 내 폭력조직이 벌이는 한심한 조폭 코스프레는 좀처럼 견디기 힘들다.(약물에, 납치에, 집단폭행..;)
가장 큰 문제는 개연성의 부족인데, 일단 고등학생들이 저렇게 일찍 끝나는지 모르겠다. 뭐 일찍 끝나는 학교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학교 안에서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대규모 폭력사고가 일어나는데 교사나 관리원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하고(사실 이 정도면 교사가 아니라 경찰이 출동해야 할 일), 정작 바람만 잡던 깡패들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 건, 주연인 채영 역을 맡은 정다은 배우 때문. 예쁘지만 시종일관 어딘가 뾰루퉁한 표정에, 연기도 살짝 어색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유쾌하다. 어려서부터 체육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공수도를 배워서, 학교 내 일진 흉내를 내는 어떤 놈들과 일대일로 붙어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인물. 일부러 힘을 쓰지는 않지만, 나쁜 놈들이 나쁜 짓을 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개입해서 한 방 먹여주는 사이다 캐릭터다. 그래서 일단 채영이 나타나면 뭔가 시원하게 일을 처리하겠구나 싶은 안도감이 드는 수준.
그런 채영의 주변을 받쳐주는 두 명의 남학생은 상대적으로 허약해 보이는 게 또 다른 포인트다. 일반적인 힘의 우열 관계를 뒤집는 신선함이 있달까. 이 셋이 살짝 삼각관계 비슷한 분위기도 자아내지만 감독은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고, 그냥 ‘건전한 우정’(?)으로 급히 마무리한다.(좋은 결말이다)
영화 전체에 걸쳐 폭력성이 두드러졌던 작품. 심지어 전개도 부자연스러운, 폭력을 위한 폭력이라는 느낌. 그냥 건강해 보이는 배우들이 유일한 관람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