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왕가흔
베니 라우 감독, 우첸위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9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제작한 홍콩영화다우연히 만난 영화관 매표소 여직원에게 한눈에 반한 주인공 천인(황우남)이 유일한 단서인 왕가흔이라는 이름만을 들고 상대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이 과정에서 우연히 사연을 듣고 장난을 친 또 다른 왕가흔(우첸위)이 이 왕가흔 찾기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젊은 남녀가 함께 어울려 같은 목적을 위해 어울리는 과정에서 정이 생기는데시종일관 나의 왕가흔만을 찾는 눈치 없는 천인은 그런 왕가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곳만 바라본다.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먼저 든 생각은 도저히 천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우연히 만난 예쁜 아가씨에게 혼자 반해서사랑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며 몇 달이고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찾아다닌다는 게 아무리 낭만적으로 포장해도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 일이니까.(영화 말미 무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멘트가 나온다)


     뭐 사랑을 하게 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그리고 그 중에는 한 번 본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라는 이유도 들어가 있을 게다문제는 연애라는 게 일방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과(상대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시종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는 부분.


     그런데 또 이게 90년 대 감성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겨우 삐삐 정도나 사용할 수 있었던 (그것도 매우 비싸게당시는 요새처럼 휴대전화로 편리하게 사람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약속 장소를 잡고 나가면상대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이와 연결해 영화는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강조한다영화 속 대사에도 몇 번 나왔듯이우리는 기다리는 사람을 미련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뭐든 즉각적으로 성과가 보여야 하고한두 번의 시도 후에는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물론 그렇게 하는 게 경제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그런 빠름이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빠른 자동차를 타고는 주변의 풍경을 볼 수 없는 것처럼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가고자 하는 동안 하나하나를 깊이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의 온갖 소식들을 간단히 접할 수 있지만그만큼 우리의 감수성이 더 많은 영역과 사람들에게로 뻗어나가고 있지는 않으니까대개 그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우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날 뿐이다.


     때로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게 귀하다모두가 빨리 지나다니다가도 그 사람을 보면 자신이 어디에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면 참 안심이 되지 않을까물론 그래도 영화 속 천인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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