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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책에서 말하는 개념을 정리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은 기본적으로 모두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말한다. 기업의 가장 주된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말. 그리고 이 ‘두 기업’의 차이도 오롯이 “시장 평균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느냐”가 기준이다. 무슨 윤리적인 기분을 적용한 건 아니다. 예컨대 저자가 뽑은 ‘위대한 기업’ 중 하나는 담배회사다.
사실 ‘위대한 기업’이라고 번역된 원문은 단지 great company이다. 기본적으로는 규모를 가리키는 great이지만, 저자는 단순히 ‘(규모가 큰) 대기업’이 아니라 ‘적어도 15년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대단한 기업’을 가리키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써 놓고 보니 괜찮은 표현인데, 이 책의 콘셉트를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하자면, “나름 수익을 내는 기업에서 대단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정도가 아닐까?
책은 대단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을 명료하게 정리해 제시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단계5의 리더십’을 가진 리더다. 이들은 쉽게 말해, 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쏟아내면서도, 자기 자신의 명성이나 과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책임감 없는 리더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무너져 내리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리더에 대한 강조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두 번째는 이 책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으로, 사람을 먼저 모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책의 표현으로 하자면 ‘버스에다 적합한 사람들을 먼저 태우고 나면(부적합한 사람들은 내리게 하고) 버스는 적절한 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인사의 중요성을 가리킨다.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동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가르쳐 일하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
세 번째는 분명한 현실 인식 부분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이 능사는 아니다.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 없이 내미는 긍정적 예측은 구성원들을 절망시키기 쉽다. 이를 위해서 진실이 들려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리더의 눈치를 살피며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되는 회사는 곧 망한다.
네 번째는 저자가 ‘고슴도치 콘셉트’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지수가 제안되는데, 깊은 열정을 가진 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경제 엔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을 파악해 집중하는 것이, 이런저런 일에 손을 대며 정력을 낭비하는 일보다 낫다는 것. 의외로 많은 기업들은 정확한 분석이 아닌 허세로 사업을 시작한다.
다섯 번째는 흥미롭게도 ‘규율’에 대한 강조다. 흔히 회사가 커지면 온갖 종류의 관료제적 절차들과 단지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난다. 이런 것들은 초기의 창조성과 열정을 사그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자는 관료제 대신, 자기 규율적인 문화를 통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쓸 데 없이 낭비되는 요소를 줄이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건데, 여기엔 역시 앞서에서도 말한, 규율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은 ‘기술’이다. 그러나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기업으로 가는 필연적인 단계는 아니었다. 그것이 우리 기업의 고슴도치 콘셉트에 맞는지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기술이 도약의 발동기가 아니라 가속 페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곱 번째는 ‘축적’의 중요성인데, 어떤 대단한 기업도 단 한 번의 특별한 결정과 판단으로 그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는 통찰이다. 최소한 몇 년 동안의 지속적인 분투가 쌓일 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한 방에 뭔가를 이루려는 투기적 심리를 가지고 지속적인 성공을 얻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마지막 장은 그렇게 오른 대단한 기업이라는 자리에 어떻게 오랫동안 머물 수 있을까에 관한 내용이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오르게 해 주는 핵심적인 가치들을 보존하면서, 변화되어 가는 상황에 끊임없이 적응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의외로 많은 조직들이 과거의 성공에 머문 채 적응을 피하다가 스스로 무너지곤 하니까.
간만에 경제가 아닌 경영에 관한 책을 읽는다. 사실 경영이라는 분야는 단지 회사를 운영하는 데만 사용되는 게 아니고, 다양한 조직과 공동체를 관리하고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연구 분야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해, 그리고 내가 이끄는 그룹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나 어설프고 형편없는지...
책의 구성이 명확하고, 빙빙 돌리는 식의 문장이 아니라 상당히 속도감을 갖고 읽을 수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주요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서 정리도 쉽고. 주요 개념을 적절한 상징으로 만들어 놓아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필요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라든지, 고슴도치 전략이라든지 하는 것들.
조직의 발전,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을 때 챙겨볼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