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번리의 앤 네버랜드 클래식 46
김경미 옮김, 클레어 지퍼트 그림, 루시 모드 몽고메리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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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머리 앤’ 시리즈는 무려 11권이나 된다고 한다.(그 중 마지막 권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가족들이 남은 원고를 바탕으로 출판했다고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이 긴 이야기를 통해 앤이 점점 성장해 중년의 부인이 되는 과정까지를 그려냈다그 중 이 책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전작인 빨간머리 앤에서는 처음 에이번리 마을의 초록지붕 집으로 입양되어 들어와 벌인 꼬마 숙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렸다면이 두 번째 책은 어느 덧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자신이 졸업한 그 에이번리 마을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앤을 볼 수 있다.(하지만 여전히 앤의 나이는 우리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다.)

 


     첫 번째 이야기를 워낙 즐겁게 읽었기 때문에 혹 두 번째 이야기가 앞서의 감상을 망가뜨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무엇보다 순수하면서 날마다 경이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앤의 성격이 자라면서 변해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염려가 컸다하지만 다행이도 여전히 앤은 경이로운 아가씨였다초록 지붕 집으로 처음 입양되었을 때의 조금은 가련한 모습은 이제 다 벗어버렸고나이 어린 쌍둥이 동생들을 듬직하게 돌보고학교에서는 성실한 교사로 노력하고 있지만여전히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죽은 참나무 껍질의 냄새에서 천국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앤은 종종 성급하게 판단하고 일을 저질러 버린다.(아직 고등학생 나이라니까하지만 조금씩 앤도 성장하고 있었다이웃집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의 거침없는 말버릇에 대해서, ‘어떤 게 버릇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따끔하게 충고를 할 줄 도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앤의 성장을 가장 선면하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은이야기의 후반앤이 대학에 가기 위해 사랑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부분이었다미련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그건 확실히 이제 앤이 점점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미련 때문에 더 악화시키곤 한다.

 


     이번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안심되었던 부분은앤의 주변에 조금씩 그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었다앤이 학교에서 가르치던 소년 폴이 그랬고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 만나게 된 라벤더가 또 그랬다이들은 모두 상상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앤은 그들을 만났을 때 즉각적으로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걸 느낀다.


     나이 차를 넘어 진정한 동료를 만났을 때의 기쁨은 C. S. 루이스가 네 가지 사랑에서 언급한 바가 있는데그 중 이런 구절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에게 동일한 관심을 갖고 있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될 때이는 참 경이로운 경험입니다전에는 불분명했던 것이 이제 명확해집니다전에는 얼마쯤 부끄러이 여기던 것을 이제는 대놓고 인정하게 됩니다.”

 

     기차역에서 자신을 데리러 사람이 오지 않을까 염려하던 작은 소녀가이제 자신만의 세계를 점점 넓혀가는 모습이 괜시리 뿌듯하달까대충의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앞으로의 앤의 행보도 계속 응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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