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은 오브제의 성격이 강한 도자기나 그림과는 다르다.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하면서 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