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북한의 특수 요원 미영(엄정화)이 아무도 모르게 신분을 세탁하고, 우리나라의 한 시장에서 꽈배기를 만들어 팔며 평범한 삶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떠나게 된 하와이 여행 비행기에서 그녀를 잡으러 온 북한 요원들과 맞서 싸운다는, 조금은 황당한 설정의 영화. 하지만 영화가 애초에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면 이런 어설픈 설정 따위는 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적당히 대역이 연기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주연이었던 엄정화가 몇 살이었더라 하는 물음이 떠오를 정도로, 큰 움직임이 자주 보였다. 고생했을 듯. 힘을 쏙 빼고 허당기 있는 연기를 하려고 했던 박성웅은 보는 데 편했지만, 소소한 재미를 더하려고 출연시킨 박정남 캐릭터는 늘 그렇듯 눈에 거슬릴 정도의 오버액션을 보인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슬랩스틱 쪽을 담당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데, 이게 맥을 계속 뚝뚝 끊을 정도니... 그 외에도 몇몇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극의 재미를 추가하려고 했던 것 같으나, 개인적으로는 산만한 느낌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봤었는데, 2013년에 개봉했던 ‘롤러코스터’라는 영화.

코미디 영화에서조차 북한은 뭔가 음모를 꾸미는 이들, 말단까지도 철저하게 훈련되고 교육되어서 비행기 납치 같은 대담한 범죄도 별 고민 없이 일으키는 사람들로 묘사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일본인 작가 다나카 요시키가 쓴 은하영웅전설의 한 대목이 떠오르는데, 정부가 반정부조직을 탄압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위기의식을 조성했더니 오히려 사람들이 그 조직에 더 두려움을 갖고 움직이더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북한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이런 영화들이 하나둘 편견을 강화시킬지도 모르겠다. 뭐 영화 자체는 그런 진지한 주제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지만... 어쨌듯 악당은 폭탄과 함께 사라지고, 착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에서 늘 악당으로 출연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라면..?

그리 집중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이 나와서 익숙한 수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평범한 오락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