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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저자인 유현준을 처음 본 건, 그가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밖에도 몇몇 교양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고 하는데 잘 보지 않는지라..) 도시와 건축 같은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데, 단순히 건축이라는 주제만이 아니라 관련된 인문학적 고찰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이 좋았다. 그의 주장에 전부 동의가 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공감은 되었달까. 계속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결론을 유도하는 진행자의 질문에, 번번이 자신은 건축학자로서 말하는 것뿐이라고 겸손하게 낮추는 모습도 호감이었고.
이 책은 그런 저자의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도시건축과 연결 지어서 풀어낸 책이다. 왜 강남의 큰 길은 걷고 싶지 않지만 명동의 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지,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도시의 요소들은 어떤 게 있는지 등등 다양한 주제를 그리 길지 않은 꼭지들로 엮어냈다.
사실 워낙에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기에, 책을 읽으면서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도시 건축에 있어서 교차로의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24), 또, 거리의 상가들과 그 상가의 데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같은 내용(43)들은 신선했다. 또, 국보 1호 남대문 방화와 전소 과정에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과도한 열광이랄까 뭐 그런 태도에 대해서도, 건축 문화재의 본질은 그 자재가 아니라 그것을 건축한 이들의 생각(116)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크게 공감이 됐다. 문화재 그 자체를 우상화할 것까지는 없는 거니까.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작년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 물론 숭례문처럼 전소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규모 복원공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런데 이 때 제안된 아이디어들이 매우 신박했다. (대통령까지 포함된) 일부에서는 단지 이전에 존재했던 그대로의 복원이 아니라, 매우 현대적인 형태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는 것. 물론 일부 제안은 기과한 포스트모던적 모양이었고, 최근 소식에 따르면 결국 이전 모양대로 복원하기로 했다고 전해지지만, 문화재를 대하는 사고방식이 훨씬 더 자유롭고 즐겁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반면 우리는 지나치게 엄숙한 건 아닌지...
책 전반에 걸쳐서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와 건축이라는 개념이 반복된다. 어차피 도시화라는 거대한 추세를 거스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천편일률적인 도시계획에 따라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든, 눈감고 도착한다면 어디가 어딘지 구별도 안 되는 그런 재미없는 공간 말고, 사람들이 거닐고 싶고, 함께 모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좀 더 창의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도시계획, 또 건축이 필요한데, 건축이라는 영역이 온갖 사람들의 욕망이 얽혀 있는 큰 판의 도박판이 된지가 오래인지라 뭔가 다른 식으로 생각하기가 참 어렵지 않나 싶다. 안타까운 부분인데, 뭐 한 사회의 발전과 쇠락이야 어차피 그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니까... 다같이 부동산 끌어안고 죽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도시와 건축에 관한 다양한 상식과 비전을 읽을 수 있는 괜찮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