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영문 제목이 “Attraction 2”인걸 보면 전편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영화는 전편에 이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한데, 어느 정도 내용이 영화 속에서 풀려나오기 때문에 꼭 전편을 보지 않아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영화는 러시아 당국이 외계의 기술을 가지고 여러 실험들을 하고 있다는 멘트로 시작한다. 주인공 율리아(이리나 스파르셴바움)는 군 장성인 아버지와 경호원들의 철저한 경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받는 실험(혹은 심문)으로 볼 때, 전편에서 외계인과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얼마 후 죽은 줄로 알았던 외계인 연인 하콘(리날 무하메토프)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내용은 급진전된다. 율리아는 인간들만이 아니라 외계인들에게도 주목(제거)의 대상이 된 듯하고, 그 이유는 하콘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콘은 자신의 동료들이 아닌 인간(이라고 쓰고 ‘율리아’라고 읽는다)들의 편에 서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정부와 외계인 양쪽으로부터 쫓기게 된다는 이야기.

흔히 외계인의 침략을 다루는 영화라면 익히 기대되는 그런 장면들이 있다. 엄청난 첨단기술로 무장한 외계세력의 대대적인 공격인데, 광선총이나 레이저 무기 같은 것들이 그 대표적인 예. 그런데 이 작품에서 외계인들의 공격은 좀 색다른 방식을 취한다. 바로 정보의 조작과 물(Water).
기술이 발전하면서 매일 수십, 수백 억 개의 정보들이 온라인 상에 올라온다. 외계인들은 바로 그 정보를 가지고 가짜 방송과 가짜 사건, 사고를 만들어 율리아를 공공의 적이 되도록 만든다. 최근 딥페이크라고 불리는 기술이 실제로 나오기도 했고,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실제 사람들을 속일 수도 있게 되었다니 영화 속 이야기가 생각보다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보는 유튜브 속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고 믿어버리는 상황에서, 텔레비전 방송에 영상과 함께 제공되는 정보를 거짓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언론의 장악이란 이래서 무서운 일이다)
또 다른 공격 방식인 물이라는 소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신박했던 부분이다. 지상과 대기 중의 물을 제한된 공간 안에 모이게 만드는 방식의 공격인데, 덕분에 위 아래로 물층이 쌓여있고 그 사이에서 간신히 숨을 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인 물을 공격용 무기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나.

우리가 쌓아올린 많은 것들은 시각 정보에 의해 구성된 것들이다. (특히 현대에 와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보는 것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혼란스러워질까 싶다. 뭐든지 눈으로 봐야만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세상에서 이것이 주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 같다.
외계인들이 조작한 가짜 뉴스에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선동되고, 선동된 사람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어디 꼭 외계인들이 개입해야만 일어나던 일이던가. 어쩌면 외계인들은 그냥 조금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기만 해도 됐을지 모르겠다. 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진보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독특한 느낌의 러시아 SF영화. 전편이 살짝 궁금해 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