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 유튜버 haha ha와 공생하는 고양이, 길막이의 자서전
하하하(haha ha) 원작, 길막이와 삼색이 감수 / 다독임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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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구독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가 차곡차곡 모은 사진을 글로 엮어 낸 책이다. 본업은 양어장 운영으로 추정되지만,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의 양어장 생활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데 더 열심을 내고 있는 듯한 모습.

 

     ​양어장에는 길막이(haha ha님이 걸을 때마다 발 앞에서 길을 막는다고 붙여진 이름)라고 불리는 고등어 고양이와 삼색이라고 불리는 삼색 고양이가 살고 있다. 차례로 두 고양이 모두 새끼를 낳았고, 다시 그 새끼들에게 야통, 연님(이상 길막이 딸), 도도, Malilyn(이상 삼색이 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기르고 있다.(얼마 전에는 연님이가 다시 래기라는 아들을 낳았다) 여기에 양어장 인근에 사는 빈집냥이, 카사노바냥, 뚱냥이 등등까지... 덕분에 일부 구독자들은 양어장이 아니라 냥어장이라고 부르기까지 할 정도.

 

     ​이 유튜버가 인기를 얻었던 것은 지극히 옛스러운 자막 글씨체와 아저씨 실루엣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양이들을 알뜰히 챙겨주는 모습 때문이었다. 초반에 자막으로 밥은 챙겨주지만 정은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었던 것 때문에, 한동안 온갖 패러디 댓글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름은 지어주고, 집도 새로 만들어주고, 자동 먹이통과 겨울엔 열선이 깔린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가끔 함께 산책과 등산을 가고, 일부러 연못에 나가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아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특식을 만들어주겠지만 정은 붙이지 않을 것이다같은..

 

 

     ​이 채널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운영자가 고양이들에게 온갖 것을 챙겨주지만 자신이 고양이들의 주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다들 말로는 집사니 뭐니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이 기르는고양이들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고양이들의 외모부터 생활습관 같은 것들이 철저히 채널운영자의 기호에 맞게 꾸며지니까

 

     ​하지만 여기 나오는 고양이들은 묶여있거나 갇혀있지 않다. 애초에 양어장에 스스로 찾아와서 자리 잡은 녀석들인지라, 언제든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다. 다만 밥 시간이 되면 챙겨주고, 종종 특식을 만들어줄 뿐. 가까이 오고 싶지 않다면 굳이 억지로 뭔가를 만들지 않는다.(‘도도라는 녀석은 말 그대로 도도해서 쉽게 가까이오지 않는다.) 인간과 고양이가 가장 자연스럽게 관계맺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

 

 

     책은 그 중에서도 두 터주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길막이와 삼색이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양어장 정착과 생활을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고양들과 친밀해진 사람들만 찍을 수 있는 구도와 거리의 사진들이 듬뿍 담겨 있어서 채널을 꾸준히 봐온 사람들이라면 지난 영상 속 고양이들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를 듯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양이들도 저마다 다른 성격이 있다. 길막이와 삼색이의 묘한 라이벌 구도와 타고난 애교쟁이인 야통이과 도도한 도도 같은. 물론 우리는 녀석들의 생각까지 모두 읽을 순 없고 그저 보여주는 행동만 볼 수 있을 뿐이지만, 그동안 봐왔던 고양이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건 아닐까 싶게 싱크로를 잘 맞췄다. 이 양반 글쓰기도 제법 하는 사람이었다.

 

 

     팬심으로 보게 되는 책. 근데 매 페이지마다 채워진 고양이들의 사진만 보더라도 애호가라면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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