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으로의 여정 - C. S. 루이스가 안내하는 순례자의 길
박성일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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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S. 루이스의 본업은 영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였다.(그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중세와 근세 영문학에 관해 상당한 조예가 있었던 그의 강의는 늘 많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고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은 루이스를 기독교 변증가, 나아가 신학자로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그 자신은 끝끝내 평신도’(그는 성공회 신자였다)라는 단어로 자신을 설명했지만, 그가 한 강연과 출판한 책들은 확실히 이런 면모를 많이 담고 있기는 하다.

 

     이 책은 그런 루이스를 한 명의 신학자로 상정하고 내용을 써 내려간다. 하긴 신학이라는 게 꼭 공식적인 학교에서 배우고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충분한 독서와 사색으로도 갖출 수 있는 자질, 혹은 자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라면 루이스도 충분히 그렇게 불릴 만하고.

 

 

     우선 저자는 루이스의 사상에 영향을 준 여러 인물들을 열거한다. 그 중에는 조지 맥도널드처럼 루이스가 전적으로 영향을 받은 인물도 있고, 루돌프 오토처럼 일부 사상을 받아들인 인물들, 또 워즈워스처럼 영향을 받았으나 또 한 편으로는 극복의 대상이 되었던 인물도 있다

 

     저자는 루이스의 신학의 핵심을 초자연주의와 구원중심주의라고 정리한다. 그는 이를 순전한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설명하려고 했고, 여기엔 단순히 논문만이 아니라 시와 소설, 강연 등 다양한 수단이 사용되었다. 사실 이렇게 되면 그의 사상을 하나의 체계로서 연구하는 데에는 좀 어려움이 될 수도 있지만, 책은 성실하게 루이스의 신학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가 루이스의 신학을 정리하기 위해 사용한 구조는 여행이라는 모티브다. 루이스도 그의 작품들에서(예컨대 순례자의 귀향이나 천국과 지옥의 이혼같은) 여행 모티브를 자주 사용했는데, 이를 본 딴 것

 

     가장 먼저는 루이스 작품에서 매우 자주 발견되는 갈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류는 근원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루이스는 이를 온전한(또는 충만한, 지고의) 세상을 향한 갈망이라고 말한다. 많은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신화는 이에 대한 이미지다. 다만 유대인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규칙(율법)을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목자 민족이라고 불릴 만하다.

 

     ​마침내 지주의 아들’(순례자의 귀향에 나오는 이미지다)이 직접 나타났을 때, 이미지와 규칙은 그 안에서 통합된다. 그것들이 오랫동안 가리켜왔던 것이 바로 이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 이미지와 규칙이 아들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그것들로만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루이스는 자연신학의 구원에의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이제 아들과 함께 오랫동안 갈망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사람들은 완전한 돌이킴이 필요하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회개가 그것. 이는 전인적인 돌이킴으로, 사실상 현재의 자아를 죽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죄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결코 선으로 바뀌지 않는다. 문제를 파악하고 완전히 돌아서지 않는 한 그 나라에 이를 가능성은 없다.

 

     우리를 당황시키는 것은 완전히 돌이킨 후에도 그의 삶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제 제대로 된 방향으로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지, 아직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그래서 당장에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의 고양을 경계했다. 이 길은 멀고 지난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단도 존재한다. 교회가 그렇고, 성경과 기도도 중요한 무기다. 우리는 이런 것들의 도움을 받아 유혹을 이겨내며 여행을 계속 해야만 한다.

 

     루이스의 종말론을 살피는 6장은 가장 흥미로운 장이다. 루이스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의 천국과 지옥을 그대로 믿었지만, 문제는 성경 자체가 이에 대해 충분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부분. 하지만 루이스는 제한된 내용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이 장에서 저자는 루이스의 개인적 종말론우주적 종말론’, 그리고 천국과 지옥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낸다.

 

 

     C. S. 루이스에 대한 좋은 연구서다. 그의 작품 전반을 살피면서 몇 가지 주요 주제들을 중심으로 정리한 외국 연구자들의 책들을 여럿 봤지만, 이렇게 루이스의 사상을 조직신학적으로 분석하고 기술해 놓은 책을 우리나라 연구자가 썼다니 자랑스럽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루이스가 초자연주의와 구원중심주의를 기본 축으로 자신의 기독교 사상을 전개했으며, 그 내용이 대체적으로 정통신학에 충실하다고 평가를 내린다. 실제로 루이스는 기독교를 단순한 심리상태로 전락시키려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들의 시도를 매우 강하게 경계했었다. 물론 일부 영역, 예를 들면 성경관 같은 부분에서는 강한 비판을 가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저자의 신학적 전제에 기초한 것이기도 하고.(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다)

 

     책을 다 읽고 난 상황에서 저자가 루이스 신학을 훌륭하게 재구성해냈다는 점은 확실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루이스가 신학자였는가 하는 점은 확신하기 어렵다. 리뷰 초반의 문장과 모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루이스에게 신학자적인 면모는 확실히 있었지만, 그는 신학자로서 글을 쓰지는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의 사상을 신학의 틀을 사용해 분석하는 것은 확실히 흥미롭고, 또 어느 정도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틀로만 그의 사고를 다 재단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루이스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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