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런 영화일 거라고는... 영화의 시작에는 돈 가방이 등장한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소재. 그놈의 돈, , .

 

     도망간 애인 때문에 진 빚으로 허덕이고 있는 항만출입국사무소 직원 태영(정우성)은 사채업자인 박사장(정만식) 일행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우연찮게 자신이 일하고 있는 찜질방 캐비넷에 돈가방이 든 것을 알게 된 중만(배성우)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며 궁핍하게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그럼 돈가방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태영의 도망간 여친 연희(전도연)은 아마도 빼돌린 돈으로 술집을 차려 사장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 같고, 거기에서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직원을 도와주는 척 하다가 남편의 보험금을 빼돌렸다.

 

     문제는 이 돈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 전 애인인 태영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것이고, 태영은 더 이상 연희를 믿지 않고 있었고, 박사장 일행은 그런 태영을 뒤쫓았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떨어진 돈가방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중만은 너무 허술했다. 돈가방을 들고 마치 꼬리잡기 게임처럼 돌고 도는 이야기가 복잡하게 펼쳐지는 영화.

 

 

 

 

 

     위에서 말했듯, 제목을 보고 눈치 챘어야 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말 그대로 다 짐승같은 캐릭터라는 것. 그래서 누구 한 명에게도 좀처럼 몰입이나 공감을 하기 어려울 거라는 것. 또 짐승들이 그러하듯 목적을 위해 상대를 물어뜯고 상처 입히고 종국에는 죽이는 장면들이 수없이 나올 것이라는 점을.

 

      문제는 그 모든 인물들의 동인이 오직 돈 가방하나일 뿐이고, 다른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 돈을 어디다 쓸 지에 관해서 고민하는 사람도 중만 외에는 없다. 그게 무슨 절대반지라도 되는 양, 모두들 어떻게든 돈가방을 손에 넣으려고 서로를 찢어발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감독은 잠시 사건들의 순서를 뒤섞고, 그렇게 섞인 장면들이 조금씩 연결되는 모습을 여주면서 영화적 구성을 만들었다고 뿌듯해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연기파 배우들이 연기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자위할지도 모르지만(물론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들의 행동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 그렇지),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울 수 없었다.

 

 

 

 

     그래, 세상엔 나쁜 놈, 이기적인 놈, 비겁한 놈, 생각이 짧은 놈, 그냥 폭력적인 놈들이 많다. 그래서 그걸 영화로 만든 건가? 캐릭터들의 묘사조차도 얄팍해서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다가, 슬래셔 무비를 방불할 정도의 폭력성, 다 보고 나서도 메시지가 뭔지 찾기 어려운 부분까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었던 영화.

 

     코로나19 확산으로 요새 영화관에 가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지만(주로 조조를 이용하는 내 경우에는 원래부터도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에 대학교가 있는지라 괜찮은 영화의 경우 아침부터 그래도 관객들이 있을 때도 보였지만, 확실히 요샌 적더라.). 이 정도 영화는 단지 전염병 탓, 타이밍 탓을 하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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