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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책 서두에 실려 있는 추천사를 보고 조금 낯간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추천사를 쓴 교수는 이 책을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와 대조하면서, 이 책이 얼마나 뛰어난 저작인지를 칭찬하는 내용으로 지면을 채웠다. “다이제스트에서 문학으로”와 같은 표현까지 등장하니..
그런데 한 30여 페이지를 읽으면서 깨달았다. ‘아 이 책은 지하철 안에서 읽으면 안 되겠구나. 자칫 내릴 역을 놓치겠구나’. 실제로도 종종 그런 일이 있었던 상황에서, 이 책을 몇 줄 읽고 내릴 역을 확인하고를 반복했다. 그만큼 소설의 문장들은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고, 소설답게 인물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배경이 되는 BC 2세기 말의 분위기도 정교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빠져들게 된다. 좋은 문학이다.
책은 로마 공화정 후기의 군인이자, 군제 개혁(이건 단지 군사적 측면에서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구조와 구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으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던 마리우스와 우리가 잘 아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할아버지인 또 다른 카이사르를 중심으로 (그리고 잔혹한 독재자 술라가 더해진다) 펼쳐진다.
명문 귀족(파트리키)이었지만 부유하지 못했던 카이사르는 지방의 여유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마리우스를 자신의 큰 딸인 율리아와 혼인을 시켜 동맹을 맺으려 한다. 여기에 몰락한 파트리키 출신으로 비루한 삶을 살다가 때를 보고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제거하고 카이사르의 둘째 딸인 율릴라와 결혼을 앞둔 술라의 이야기가 또 더해지고.
그런데 이 책에서 좀 더 비중을 두는 부분은 이런 인물들 이야기의 배경에 깔려 있는, 공화정 말기 로마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반복해서 묘사하는 데 있다. 이 시기 로마는 금권만능주의가 온 사회에 퍼져 있었고, 돈이 아니면 높은 관직에 올라 성공할 수도 없고, 그런 성공도 돈을 벌기 위해서인 악순환... 이 과정에서 힘이 없는 소농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었다.
율리우스 가문과 마리우스의 결합이 처음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이후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듯이 이 결합은 결국 문제를 근원부터 깨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근본적인 개혁은 체제의 파괴와 재구성이었다. 이미 재물의 보유수준에 따른 계급제도가 다시 한 번 그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지난 세기부터 수많은 사람이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해왔지만, 세상(그리고 기득권층)은 당연하게도 그런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 결과는 또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
시오노 나나미가 소위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는가를 그렸다면,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 문제를 좀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서 다음 권을 펼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