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즘 - 신의 유혹
신은희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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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 세계적으로 10억이 훌쩍 넘는 인구가 믿고 있는 종교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이슬람교는 그리 가까운 종교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니파와 시아파를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워 할 테니까. 그 중에서도 수피는 또 다른 이해가 필요한 종파다. 나 역시 텔레비전 등에서 한 자리에서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추는 신기한 모습을 본 게 거의 전부고, 이슬람교의 신비주의적 종파라는 설명을 간신히 입력해 놓은 상태니까.

 

 

     이 책은 본격적으로 수피 신앙(수피즘) 대한 연구서다. 기본적으로 수피가 이슬람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근동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던 기독교 일파(정교회와 다양한 동방 기독교들)를 비롯한 불교의 철학과 수행법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아예 책의 2장은 기독교 신비주의자였던 에크하르트와 수피즘 철학의 거두였던 루미(난 이 인물을 그냥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다. 아주 틀린 건 아니었지만)를 비교하면서 수피즘과 기독교 신비주의 사이의 유사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3장과 4장에서는 수피즘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시인인 루미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 여정과 그의 종교적 활동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텔레비전 속 인상적인 수피들의 모습인 빙글빙글 도는 춤을 가리키는 세마 의식에 관한 설명과, 수피즘을 잘 표현하는 시들에 관한 분석까지 종합적으로 다룬다.

 

 

     ​우선 수피즘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괜찮은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관련 정보를 이만큼 담은 책도 없겠다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드니까.(어색한 문장들이 종종 보이는 건, 정보를 위한 책이라면 감수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종교학 전공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일단 유사성만 조금 보이면 다들 한데 묶어 비슷한 것으로 보려는 시도가 여기서도 엿보인다. 특히 기독교 신비주의와 이슬람 신비주의 사이의 양태적 유사성을 본질적 유사성으로 치환하려는 대목이 몇몇 보이는데, 특히 기독교의 성령에 관한 저자의 이해는 생각보다 많이 이탈해 있다. 기본적으로 종교에 관한 진화론적 이해에 기초해 있는 태도다.(전제에 입각한 설명이라는 말이다)

 

     책 전체에 걸쳐 수피즘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루미라는 인물에 관한 설명이 자주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책 후반에 소개 된 그를 비롯한 수피 시인들의 시에서 과도한 해석을 이끌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든다. 그 예술성은 차치하고, 그 신앙적 함의가 지나치게 우호적, 혹은 신성화되어있달까. 물론 그 시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삶부터 시작해 평소의 가르침 등 다양한 내용을 알아야 하겠지만.

 

 

     수피즘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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