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렌델 왕국의 여왕으로 다스리고 있던 엘사에게 어느 날부터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목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한 엘사. 엘사가 목소리에 반응하자 곧 왕국에는 재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숨겨진 과거를 찾아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
어느덧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이 되어 후속작까지 제작된 영화. 페미니즘이 화두가 된 시점에 발맞추기 위해선지, 주인공도, 주요 도움이 되는 조연도 모두 여성이고, 나머지 주요 조연인 남성(크리스토프)는 시종일관 살짝 나사가 빠져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순록에게도 밀릴 정도의 판단력이니... 여성도 할 수 있고, 여성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일까.(참고로 이 메시지 자체는 옳고, 백번 동의한다)

애초에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지라, 귀여운 모습의 캐릭터들이 눈을 끈다. 너무 어른스럽지 않은 애니메이션도 나쁘지 않다. 엘사가 사용하는 얼음 마법은 기발하기도 했고(특히 막판에 등장하는 물 말을 얼음 말로 변신시키는 모습 같은),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다만 1편을 보지 않은 나도 알 정도로 유명했던 “Let it go” 같은 인상적인 노래는 잘 들리지 않았다. 주요 장면들이 뮤지컬처럼 연출되어 있는 영화여선지 가사들이 스토리와 관련되어 있는데, 그게 또 썩 잘 연결되는 느낌도 아니었고. 특히 크리스토프의 단독 노래 장면은 그 애절한 가사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인 캐릭터 때문인지 생뚱맞게 들릴 정도였다.

영화 속 문제의 핵심에는 거대한 댐 건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댐은 더 많은 사람들과 땅을 지배하려는 탐욕과 그대로 연결된다.(문득 강바닥을 파고 보를 쌓는데 수 조원을 썼던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더 큰 사건을 벌이지만,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진 댐도 결국 물의 힘을 이기지 못하듯(끊임없는 보강, 보수 공사를 하지 않으면 결국 무너진다) 감춰진 비밀도 결국 드러나게 된다.
현실 속 댐과 같은 것들도 언젠가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당장은 가진 힘으로 약자를 억누르고, 진실을 묻어버리는 이들의 지배가 영원할 것 같아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물’의 힘은 결국 그 둑을, 보를, 댐을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건 엘사의 마법이 아니라, 욕심이 아닌 진실을 향한 의지와 어두운 현실 너머를 볼 수 있는 굳은 소망이다. 부디 우리가 그 날을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