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조, 진화, 지적 설계 쉽게 이해하기
기예르모 곤잘레스.제이 W. 리처즈 지음, 김희범.이승엽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19년 7월
평점 :
CLC 계통 특유의 질질 끄는 방식으로 책은 시작한다. 그냥 건너뛰기 쉬운 추천사가 둘이나 붙어있고, 저자 서문은 이해가 가나 굳이 두 명의 역자(이 짧은 책에 두 명의 번역자가 붙을 필요는 있었을까?)가 쓴 서문은 왜 굳이 책 앞에 붙여두는 건지. 마치 수많은 축사들이 덕지덕지 붙은 재미없는 공식행사 식순을 보는 듯한데, 책마다 이런 방식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출판사(사장)의 고집인건지.
저자는 창조론에 소위 ‘젊은 지구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진화는 하나의 신념이며 증거를 해석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것이며, 유신진화론은 논리적 한계를 지닌다. 바면 ‘지적 설계’는 현재 존재하는 증거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이론이라는 것.
지적 설계이론의 가장 중요한 증거로 제시되는 것은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현재까지 생명체가 다른 종으로 진화한 예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강력한 논증이 있다. 미시건주립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무려 5만 세대가 넘는 박테이라의 생장을 관찰했음에도, 본래의 본체에 아무 것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 또, 사람들은 DNA에 새겨진 정보의 자연발생적 유래를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체 가운데 나타나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도 중요한 논증이다.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꽤나 강한 논리적 추론이다.
자연 선택은 현재 주어진 기능 중에서만 작동하고 선택한다. 자연 선택은 현재 필요하지 않지만 수백만 년 후에 사용될 것을 예상하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아 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연 선택은 미래에 필요한 기능을 계획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적 원인은 가능하다.
자연주의자들이 거의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논리가 ‘오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인데, 예컨대 생명체의 ‘눈’과 같은 정교한 기관은 거기에 필요한 요소들이 동시에 기능하지 않으면 각각의 부분은 딱히 쓸모가 없다. 하지만 눈과 같은 복잡한 기관이 단번에 튀어나왔다고 보는 사람은 자연주의자들 가운데서도 없을 것이다. ‘자연’(종종 자연주의자들은 이게 정말로 뭔가 사고하고 이끌어가는, 살아있는 것인 양 취급한다)이 그런 수십 만 년(혹은 수백 만 년)의 비효율을 허용할까.
워낙에 짧고 간단한 책이긴 하지만, 책을 보면서 문득 지적설계이론이 꼭 창조론과만 연계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창조에 대한 설계가 있는 상태에서 진화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지적설계이론도 자연상태에서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진화에 이르는 확률이 낮음을 주장할 뿐이니까, 설계가 존재하고 그 설계대로 진행되도록 촉진하는 존재가 있다면 방식은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기독교인들)이 갖고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성경 속 정보와 조금 더 확실해 보이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제한적인 과학이라는 도구(이쪽은 현재 작동하는 방식이 과거 그 어느 때라도 동일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과거를 추정한다)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지적 차원에서의 겸손과 대화를 위한 의지와 인내심일 거고. 이런 문제는 단지 누가 더 크게 목소리를 내느냐에 달린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