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로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학원물.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여동생이 있는 주인공 니시하라 소이치는 어느 날 아침 학교에서 여자친구 미야마에 유키코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얼마 후 유키코가 임신을 한 상황이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소이치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이 자식!)

 

     ​유키코가 사고를 당했을 때 학교의 여교사 미사키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이치는, 미사키가 사고와 관련되어 있다고 믿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추궁을 하기 시작한다. 얼마 후 미사키가 죽은 채로 발견되면서 소이치의 머릿속은 혼란에 빠지고, 누군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그러는 동안 경찰의 수사는 시작되고, 소이치는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기 시작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소재가 꽤나 세다. 학생 간 혼전성관계와 임신, 잇따른 죽음에, 여학생에 성적으로 접근하는 교사까지.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또 너무나학생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주인공 소이치의 판단력과 행동은 딱 십대의 수준에 머무는데, 덕분에 이야기는 어설픈 추리와 충동적인 행동들을 밟고 진행된다. 이게 또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아마추어들만의 탐정놀이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는 어려웠기에, 작가는 형사들의 수사를 병행시킨다. 양쪽이 종종 마주치면서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은 긴장감과 안도감을 교대로 느끼게 만든다. 노련한 작가의 솜씨가 드러나는 부분.

 

     ​다만 작품 후반부에 밝혀진 사건들의 전말은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살짝 김이 샜다. 좀 더 화려한 반전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뭐 그랬다가는 애초에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세운 보람이 없어질 지도 모르니까... 썩 나쁘지는 않았던 구성.(그래도 소설 내내 직접 언급되지 않았던 주인공 소이치와 히로코 사이의 관계를 묻는 형사의 질문과 그에 대한 소이치의 대답은 살짝 흠칫 놀라게 만들었다.)

 

 

     작가 후기에 학창시절 자신이 얼마나 교사들을 혐오했는지가 실려 있다. 자신들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 앞에서 으스대는 꼴이 싫었다는 내용인데, 덕분에 이 작품 속 등장하는 교사들은 하나같이 공감이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문제의 발단은 주인공 소이치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작품 후반에 그 전말이 드러난다) 미야마를 성관계로 끌어들여 임신하게 만든 것도, 그 뒤에 일어난 사건들의 원인의 한 축도 모두 소이치였다. 그런데도 혼자서는 의협심에 넘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는 그림 아래 돌아다녔던 건 어쩌면 일조의 자책감, 자기부정의 한 형태였을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내용과 전개에, 쭉쭉 읽혀나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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