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봉오동 일대에서 일제의 월강추격대를 패퇴시킨 독립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고등학생 시절 당시 대표적인 독립군의 승전으로 청산리 대첩과 함께 기억해 두었던 내용인데,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안 볼 수가 없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친구로부터 구성이 별로였다는 감상평을 들은 지라,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들어갔는데 그 때문이었을까,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나쁜 구성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든다. 주연을 맡은 유해진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으면서 극을 이끌어 가고 있으니 확실히 몰입도는 있고, 여기에 일단 칼을 뽑아들으면 평소의 허당끼가 사라지고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반전매력도 보인다. 여기에 틱틱 거리며 함께 움직이는 파트너로 류준열이 출연하는데, (이젠 너무 자주 보여서 살짝 지겨워지는) 평소처럼 혼자 고민하고 행동하는 까칠한 캐릭터를 맡는다. 이젠 좀 연기 변신을 꾀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영화는 포위공격을 할 수 있는 지형 안으로 어떻게 일본군을 끌어들일지를 놓고 벌이는 유인작전이 주를 이룬다. 약간은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마지막 전투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증대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봤다. 예상보다 하드코어 한 면이 좀 있다는 건 기억.

 

 

 

 

 

​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전투에서의 열세가 확인된 후 월강추격대의 대장이 내뱉은 문장이었다. ‘오늘의 일이 저들(독립군과 그 후예들)의 입으로 기록되지 않게 하라는 정도의 내용이었던 듯하다. 사실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일제의 후예들의 역사왜곡의 베이스가 되는 문장이라고도 할 만하다. 과거의 사건을 오직 자신들의 입장만 반영해 멋대로 다시 쓰는 작업을 통해 현재를 정당화하려는, 일종의 역사수정주의적 입장(중에서도 굉장히 악질적인 쪽의).

 

     ​최근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서울대 교수 출신인 이 모씨가 쓴 책도 이런 입장에서 멋대로 재구성해 낸 소설 중 하나다.(정작 이 사람은 역사 전공자도 아니다) 흥미로운 건 그게 정확히 현재 일본의 군국주의 잔재세력의 시도와 동일하다는 것. 물론 역사라는 게 있는 그대로의 사건을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있는 게 아니긴 하지만,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 검증도 도외시한 채 그저 자신에게 돈(혹은 이에 상응하는 무엇)을 대주는 이들의 입장에 맞춰 기술하는 건, 그냥 홍보전단 그 이상이 아니지 아닐 것이다.

 

     ​포스트모던이라는 철학과 함께 역사에 관한 이런 임의적 재구성이 일종의 놀이처럼 여겨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쉽게 발견되는 듯하다.(모든 권위를 부정해 버리면 남는 건 순간적인 즐거움을 주는 놀이들밖에 없다) 물론 이게 단지놀이의 차원에 머문다면, 그리고 그게 여러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정도라면 무리가 없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니 말이다

 

 

 

 

 

     오늘도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이들을 향해 내밀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는, 역시 성실하게 역사적 사실을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가려내기 위한 노력이다. 역사가 저들에 의해서만 기록되지 않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허튼 이들의 허튼 소리가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일도 필요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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