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우선 밑밥을 좀 깔아야겠다. 나는 여성우월주의자가 아니다. 물론 남성우월주의자도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잘 하는 건 잘 하는 거고, 잘 못하는 건 잘 못하는 거다. 특정한 남성이, 혹은 특정한 여성이 잘못했다고 해서 같은 성을 가진 나머지 모두가 문제가 있다는 식의 비논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다. 성별과 상관없이 가능하면 능력 있고, 리더십도 가진 사람이 지도적 위치에 오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물론 이건 일반론이고, 개별 사안들에서는 좀 더 고려할 것이 많을 수도 있다.)

 

     이렇게 쓸 데 없는 말을 길게 늘어놓고 감상평을 시작하는 이유는, 이 영화의 홍보 코드 중 하나가 새로운 여성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여주인공 자스민은 왕이 되기를 원하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캐릭터로 재해석되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어떤여성이 이런 성격을 갖는 것에 딱히 불만이라든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없다. 사실 그 자체야 얼마든지 제작자와 감독의 해석 영역이니 오케이다. 다만 그렇게 성격의 변화를 더한 캐릭터가 전체 이야기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사실 알라딘 속 주요 대결구도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 아니라 그저 권력투쟁이었다. 자스민이 자신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외치는 장면은 물론 감동적이지만, 서로 칼을 맞대고 겨루는 상황에서 전혀 엉뚱한 곳을 찌르는 느낌을 받는다. 자파는 자스민이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이 술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자는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면 편안할 거라는 그의 대사는 오늘날에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이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되던 시대에는 거의 전 지구적으로 통용되는(때문에 훨씬 자연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중세를 살고 있는데 자스민만 현대적인 느낌이랄까. 문학적 개연성, 구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어색하다.

 

 

 

      다시 영화 자체로 돌아가 보자. 알라딘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조금 아쉽긴 했지만(특히 표정이....) 나오미 스콧과 윌 스미스의 연기력은 훌륭하다. 뮤지컬로 꾸며진 장면들에서는 흥이 나고, 무엇보다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A Whole New World가 나올 때는 살짝 감동까지 받아버렸다. 이 부분은 확실히 어린 시절 향수와 어우러져서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선악의 대결과 로맨스라는 전통적인 코드는 여전히 통하는 듯하지만, 악역을 맡은 자파의 허술한 캐릭터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전개는 아쉬운 부분이다. 요새 영화들에서 악역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곤 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잘 구축된 악역이 적절한 포인트를 자극했더라면 나오미 캐릭터도 좀 더 부각될 수 있지 않았을까.

 

 

     향수를 자극하는 주제가(어떻게 이 노래는 시간이 흘러도 좋니)와 이국적인 배경들, 그리고 조금은 신기하게 구현된 뮤지컬식 구성 등이 인상적이다. 두 시간 여의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