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줄거리 。。。。。。。
가족들과 함께 해변으로 휴가를 온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시종일관 영 밝지 못하다. 이는 약 30여 년 전 바로 그곳에서 있었던 어떤 사건 때문이었고, 이것은 애들레이드의 인생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근데 이 정도로 부인이 싫어했는데도 굳이 거기에 별장을 마련하고 휴가계획을 세운 남편이 문제)
그날 밤, 에들레이드의 가족과 꼭 닮은 네 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별장 앞에 나타났고, 이들과 한밤의 추격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훨씬 더 큰 엄청난 사건의 전초전이었을 뿐...

2. 감상평 。。。。 。。。
최근 꽤나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다. 작품 속 다양한 상징들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끄는 듯하다. 영화 초반 등장한 인간띠 운동('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이나 도플갱어들의 복장, 소도구, 거울의 방 뒤편의 세계 등등 해석의 여지가 풍성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마치 멋진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백화점 옷 매장을 돌아다니거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도서관 서가 사이를 돌아다닐 때처럼, 관련 내용에 대한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푹 빠질 수 있을 듯한 영화.
재미로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것 자체가 영화를 즐기는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꼭 영화 안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 관객과 함께 다양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다만 이런 해석들이 썩 일관성 있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좀 불편할 수도...(꼭 내가 ‘불편’까지 하다는 말은 아니다)

예컨대 이 영화는 정말 흑인차별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가지고 있을까? 영화 후반에 밝혀지듯 이 거대한 사건은 ‘인간복제’라는 강렬한 소재에 기원을 두고 있다.(그토록 대규모로 인간복제 실험을 한 이유가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는다는 게 살짝 빈 구멍) 그리고 이 실험은 흑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백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그토록 오랫동안 햇볕과 하늘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건 지하의 흑인들만이 아니라 (복제된) 백인들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지상에 올라와 주인공 부부의 친구 가족을 해친 것은 전원 백인이었다.
물론 인종차별 이슈가 아주 없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영화의 논리적 맥락에서 그 부분이 딱히 드러나지는 않는다.(우선 주인공 부부와 친구 부부는 인종이 다르지만 그게 어울리는 데 별로 문제되지 않고 있다.) 그거 주인공이 흑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려는 건, 영화 주인공이 남자면 남성중심적 영화, 여자면 여성중심적 영화라고 구분하는 것처럼 단순해 보인다.

그래도 다양한 상징 때문에 말할 거리가 많은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람은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에, 이런 영화는 그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그건 상업오락영화로서 이 영화가 갖는 분명한 장점 중 하나. 다만 그 모든 날줄과 씨줄이 잘 짜여 좋은 옷감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한 듯하다. 영화 스토리 자체는 거의 슬래셔나 고어 영화로 치달을 수 있었는데, 감독은 웬만한 장면은 카메라 워크를 통해 거의 다 쳐내서 시각적인 불편함은 좀 줄였다.
취향을 좀 탈 것 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