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을 받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백상아(한지민). 학창시절 성폭행을 피하려다 도리어 전과자까지 되어버린 그녀는 어느 샌가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을 한쪽에서 애타게 바라보는 장섭(이희준)에게도.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가끔 만나던 소녀 지은(김시아)이 얇은 옷 한 겹만 입은 채 나타난다. 상아는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계속 시야에 나타나는 지은의 몸에 난 상처가 자꾸 눈에 밟힌다. 결국 지은에게 손을 내미는 상아. 하지만 현실의 벽은 결코 낮지 않았다.

2. 감상평 。。。。。。。
여성감독이 만들고, 두 여성이 주인공을 맡은, 여성적 영화.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의 주제도 주인공의 성과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인공 상아는 ‘어머니’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성폭행’을 피하려다 옥살이를 했다. 그녀가 지은을 향해 보여주는 감정은 분명 ‘모성애’에 가깝고, 영화 속 지은은 ‘모성’에 대한 결핍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묵직하게 던져지는 주제는 ‘아동학대’에 관한 것. 감독은 이 주제를 주인공 상아의 모성을 일깨우는 사건으로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현실감 있게 드러낸다. 게임중독에 빠진 친부와 지은을 볼 때마다 폭력을 가하는 친부의 애인 사이에서 아이는 하루하루 시들어간다. 우리 사회에 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감독은 ‘이런 아이들을 보호할 시설이 부족한 게 말이 되느냐’는 영화 속 대사를 통해서 사회적 대책의 부재를 강력하게 질타한다.

주인공들이 처한 환경은 무척이나 적대적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장섭과 그의 누나를 제외하고) 그들의 사정에 별 관심이 없고,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세상 가운데서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겠다고 하는 상아의 초기 태도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은 그녀를 또 다른 선택으로 밀어 넣는다. 모두가 나를 위해서 산다면,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는 약자들은 어떻게 될까.
상처를 입은 상아가, 또 다른 상처를 입은 지은을 안아줌으로써 일종의 영화적 구원이 일어난다. 지은의 상처는 상아의 상처로 대체되고, 지은의 팔 안에서 상아는 비로소 웃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지 지은만 상아에게 구원을 받은 것이 아니고, 상아 역시 그런 지은을 품어냄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풀어나갈 열쇠를 발견한다.
그런데 일종의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장섭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영화 속 상아는 좌충우돌하면서 감상적으로 돌진할 줄만 알지, 주변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다.(혼자 자라온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런 상아를 보호하면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이 경찰인 장섭인데,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영화는 훨씬 일찍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을 테니까. 수렁에 빠졌을 때는 도움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한지민의 캐릭터 변신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봤던 70여 편의 영화 중 가장 묵직하고,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