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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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고등학교에서 만난 나(손아람)전능하신’(그의 탁월한 학업성취도와 지적능력으로 이런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혁근은 우연한 기회로 힙합 그룹을 결성하기로 했고, 오디션 자리에서 만난 하윤까지 더해지면서 마침내 팀이 결성된다. 아직은 이름도 없는 팀이었지만 마침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흥 디제이(우지)의 크루가 되어 클럽 데뷔에 성공했고, 그 시절 제법 알려진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과 교류도 쌓게 된다.

 

     ​형편없는 시설에서도 악착같이 버티며 음악을 계속 해 나가던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음악성을 알릴 수 있는 공연에 올라 성공을 거두고,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다. 이윽고 음반사와 계약까지 하며 이제 성공의 날만 기다리는가 싶었지만... 세상은 이 어린 청년들의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2. 감상평 。。。。。。。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소설이다. 제목과 이 설명만을 가지고도 책의 결말부의 중요한 사건을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한데, 우선 내가 아무리 대중음악에 대한 조예가 없더라도(PD 정도까지는 들어봤다) 이들이 음반사와 계약을 했음에도, 그 시절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라는 팀명은 전혀 들어볼 수 없었음을 생각해 볼 때, 그 계약의 결과가 순탄치 않았으리라는 것이 충분히 짐작된다.(자세한 내용은 책으로)

 

     ​당연히 책을 읽어 가면서 주인공 일행의 성공을 응원하게 되었기에, 이런 슬픈 예감은 영 찝찝하다. 물론 주인공들이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다는 후기의 내용이 어느 정도 안심을 주긴 하지만, 젊은이들의 야심찬 도전을 양분삼아 자기 배를 불리는 이 사회의 기성세대에 대한 묘사 때문에(그리고 그게 리얼해 보임을 넘어 실제로 일어났던,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언젠가 모두가 영양실조로 쓰러질 것 같다는 불안감도 든다.

 

     ​책 말미에, 이 책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실제로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또 책 속 주요 장소가 실제로는 어떠했는지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부분이 붙어 있다. 책 속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우지와는 실제로 제법 가까운 사이였고, 일행이 방송국과 음반사에서 겪었던 일은 실제로 경험한 일이라는 것 등등. 실존인물이 아니었다는 몇몇 캐릭터에는 아쉬움이 솟아나기도 했다. 어찌 보면 본문보다 이 짧은 후기에서 더 많은 감정적 요동이 일어났던 것 같다.

 

 

     ​지금은 서울의 모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친구 하나가, 학창 시절 힙합을 아주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힙합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굳이 감추기 보다는 온 몸으로 드러냈던 녀석이 언젠가 힙합은 단순히 딴따라가 아니라 시적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식의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봤던 영화 변산의 주인공도 힙합을 하던 캐릭터였는데, 영화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그의 가사를 보면서 정말로 시 같다는 느낌을 물씬 받기도 했었고.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장르가 가진 독특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책과 함께 끼워져 있는 CD에는 실제 음원까지 들어 있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실제 인물과 사건, 그리고 가공의 성격과 배경을 더해 하나의 소설을 엮어가는 방식을 보면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구나 싶은 느낌? 팩션이나 팬픽 같은 장르 아닌 장르가 있긴 했지만,(후자는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전자는 대개 지나치게 거창해 실제감이 잘 들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이 작품만큼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영 관심이 없었던 분야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분 전환을 위한 독서로는 나쁘지 않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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