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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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페미니스트의 입장(물론 이 단어는 대단히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하고 있기에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성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페미니스트보다는 여성우월론자라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을 가진 저자에게 기존의 동화는 매우 불만족스럽다. 기존 동화는 아름다운 여자들만을 좋은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고, '지혜로운 여성'이었던 '마녀'를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여성을 어머니와 아내라는 '전통적' 역할로만 그리고 있는데다가, 심지어 동화의 주인공이 하나같이 남성이기 때문(근데 이게 동화의 책임일까? 동화가 쓰일 당시 사회 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이다.

 

     마침내 저자는 기존의 '남성우월의식이나, 남성적 입장에서의 편견이 강한' '잘못된' 이야기를 배격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위해, 남성적 편견을 제거한, 대신 ‘페미니즘적 편견이 가득한 새로운 동화’를 이 책을 통해 써 냈다.

 

 

2. 감상평 。。。。。。。

 

     기존의 작품들을 패러디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하려는 시도는 이미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지나친 목적성이 이야기의 문학성을 삼켜버린 듯한 모습이다. 좌파냐 우파냐 하는 이념적 지향을 떠나서, 이렇게 되면 문학적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로 알라딘을 패러디한 한 동화에서 ‘여성 알라딘’은 램프의 지니에게 모든 무기를 없애버리고, 세금 징수원과 군인들을 양과 양치기 개로 바꿔버리고, 모든 궁전과 판잣집을 중간 크기의 집으로 바꾸라는 주문을 한다. 그렇게 했더니 군 지휘관들은 다른 일을 찾아가고, 백성들은 지배층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하나가 되었으며, 사람들 사이에는 빈부 격차와 상하 계급이 사라져서 행복하게 되었다는 것. 솔직히 이건 동화 보다는 20세기 초 어느 공산주의 국가의 선전물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각 이야기들 사이의 일관된 통일성도 부족하다 않는다. 초반의 이야기들에서는 아름다움을 선과 동일시하는 소위 '남성적 잣대'를 문제로 삼더니, 이야기의 후반에 가서는 진취적인 인어공주가 적극적으로 쟁취해서 '멋진' 왕자와 결혼한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물론 강조점이 달라졌다는 건 인정하는데,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은 비판의 대상이고, 여성이 멋진 남성을 얻는 과정은 칭찬받아야 할 행동인 건가? 너무 자기편의 위주는 아닌지...

 

     '퀘스타 공주'는 갖은 역경을 거친 공주가 마침내 시민혁명을 일으켜서 아버지인 왕을 대신에 '여왕'이 되었고, 그랬더니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 사회를 지배하면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환상.(박 뭐시기 대통령 때는 그래서 행복하셨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폭력까지도 감수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을 모두 모아 놓으면, 이야기가 될 수 없을 정도의 모순 된 사회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이야기들에 내재된 위험한 역사인식이다. 남성은 언제나 여성을 억압해 왔으며, 교회는 이를 강화하는 도구를 제공했다는 것, 먼 과거 언젠가에는 아름답고 정의가 올바로 서는 모계 사회, 여신숭배 사회가 존재했다는 것이 그들의 역사인식의 주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채 확인되지도 않은 ‘가상의 아름다운 과거’를 설정해 두고, 그것으로 돌아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식의 논의는, 원시공산사회를 운운했던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든다. 과연 여신을 숭배하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가 고대의 일반적인 사회의 모습이었는가? 그리고 그리로 돌아가면 정말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여기는 건가?

 

     책 내내 하나의 걸고 넘어지기 좋은 '꼬투리'만 하나 발견하면 무조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우겨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말은 되게 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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