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랭킷 캣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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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고양이를 빌려주는 상점이 있다. 일정한 돈을 내면 23일간 고양이를 빌릴 수 있다. 누가 이런 가게를 이용할까 싶지만, 다양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가게를 방문하고, 고양이를 빌린다. 아이가 없는 40대 부부,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고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독신녀, 왕따 사건의 가해자가 된 소년,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아끼던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를 찾는 가족들, 애완동물이 금지된 집에서 고양이가 키우고 싶었던 젊은 커플, 이혼하고 떠난 엄마를 찾아 나선 어린 남매가 그들.

     고양이 한 마리가 그들의 삶 가운데 들어왔을 뿐이지만, 녀석들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일으키는 파장은 적지 않았다. 물론 고양이들은 훈련받은 대로 얌전히 앉아서 야옹 야옹 댈 뿐이었지만. (예외적으로, 한 이야기에서는 고양이의 생각이 지문으로 등장한다.)

 

2. 감상평 。。。。。。。

     시게마쓰 기요시 특유의 섬세한 감정묘사와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봐왔던 딱 그 느낌 그대로.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각 독립된 이야기인지라 따로따로 읽기에도 좋다.

     이 작가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감정묘사다. 평범해 보이는 사물과 사건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파장을 굉장히 능숙하게 표현해 낸다. 그것도 쓸 데 없이 긴 지문이나 거추장스러운 수식구들을 뺀 담백한 문장으로. 이 작품에 소개되는 일곱 개의 이야기 중에, 내가 직접 경험했거나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경우는 딱 한 개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작중 등장인물의 감정에 동조하거나 분노를 터뜨리게 된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 들어가 버린 것. (번역가의 공도 적지 않을 듯)

     소설을 어느 정도 읽다보면 자연히 작가의 관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람은 인간에 거리를 둔 채 관찰하려고 하는구나, 아니면 매우 비관적으로 보는구나 하는 생각들. 시게마쓰 기요시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따뜻함이다. 갈등상황에서도 그는 어떤 인물을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하는 법이 없다.(우리가 일상에서뉴스 말고경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때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에라도 이 작가는 어떤 정서적인 이유같은 것을 제시한다.

     이왕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런 사람과 하고 싶다.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건, 작가와 독자 사이의 일종의 유사 대화 같은 것이라고 할 때, 이런 작가의 작품은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 주변에 추천해 줄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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