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둘리던 1940년대 미국. 당시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은 대공황을 거치면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깊이 깨달은 후, 공산주의로 기울고 있었다. 더구나 2차 세계대전에서 공산주의를 표방한 소련이 미국과 손을 잡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승전까지 했으니, 한때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공산주의자들은 적들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몰리게 된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극작가 달튼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촬영스태프의 파업에 동조할 정도로 열성적인 공산당원이었다. 곧 그 역시 의회에서 시작된 ‘사상검증’의 공격을 받았고, 일명 ‘할리우드 텐’이라고 불이던 동료들도 하나둘 불려가게 된다. 청문회에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회모독죄를 쓰고 수감생활을 하고 나온 트럼보.
여전히 살벌한 분위기에서 돌아온 그에게 작품을 맡기려는 사람은 없었다. 생계를 위해 이름을 감추고 집필활동을 시작한 트럼보. 하지만 실력이 어디 갈까. 비록 B급 영화사에 대본을 납품하고 있지만, 얼마 안 가 다른 작가의 이름을 빌려 발표한 각본이 아카데미상을 받는 일까지 일어난다. 그 작품이 바로 ‘로마의 휴일’. 그러는 동안 사상검증의 낡은 시대도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2. 감상평 。。。。 。。。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난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떠올랐다. 도대체 그 무능한 일당들은 이 나라를 얼마나 과거로 돌리려고 했던 걸까 싶어서다. 194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사상검증과 블랙리스트가 2000년을 훨씬 지난 이 시대에 다시 등장하다니, 시대착오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니까...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는 상영 자체를 막아버렸고, 관련 단체에는 지원을 끊어버렸다. 대기업에게 삥을 뜯어 자기 주장을 대신해 줄 어용단체들을 수없이 만들어 양성하는 데 썼고, 물론 그 가운데서 심심찮게 뒷돈까지 챙겼다. 무능을 넘어 무익한, 아니 유해했던 정권이었다. 흥미롭게도 영화 속에서 트럼보를 감옥에까지 보냈던 상원의원은 얼마 후 부패혐의로 똑같이 죄수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꼭 누구처럼.
전쟁이 끝난 지 60년지 지났지만, 여전히 이 나라에는 시민들의 사상을 문제 삼는 법률이 존재한다. ‘국가 보안’을 위해서 만들어졌다지만, 실은 정권 유지를 위해 시민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법은 조금씩 사람들의 생각에 굵고 파괴적인 뿌리를 뻗혔고, 그 결과일까 아직도 ‘빨갱이’ 타령이 먹히고, 그런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정당마저 존재한다. 이 사람들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걸까.
영화 속에서 가장 밉상이었던 인물은 헬렌 미렌이 연기했던 헤다 호퍼였다. 전직 배우였던 그녀는 이제는 평론가가 되어 ‘국가의 배신자’들을 단죄하는 평론으로 ‘애국’을 하는 인물. 그녀는 확신범이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정의라고 믿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방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는 영화 속 한 명인 호퍼가 현실 속 이 나라에는 대충 떠오르는 것만 세도 열 손가락에 육박한다는 것...
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쪽이 무법자들에 의해 고통을 겪는다고 해도. 결국 그녀의 입을 막은 건 무시할 수 없는 트럼보의 실력과 결국은 밝혀지고 말 진실이었다. 그 앞에서 조작된 사실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현실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주제의식이 인상적이었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