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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계속 삽니다 - 혼자라서 물건을 사기도 살림을 하기도 멋쩍은 1인 생활자를 위한 생활 제안
김교석 지음 / 위고 / 2019년 7월
평점 :
비우기에 대한 책을 신나게 읽고 손에 든 책은 김교석의 『오늘도 계속 삽니다』. 1인 생활자를 위해 쇼핑 좀 해본 김교석이 제안하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내가 한 쇼핑은 쇼핑도 아니었구나를 느꼈다. 싸서. 단지 싸서. 싸다는 이유로 사 모은 물건은 얼마나 개성이 없던지. 나중에는 정리하기도 힘들어서 갖다 버리느라 또 힘들었다. 하루 중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쇼핑하기라고 밝힌 김교석이 추천해주는 물건은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였다.
수건, 구스 이불, 현관 트레이, 디퓨저, 의자, 침대, 토스터, 스탠드, 청소기 등등. 나열해 놓은 품목은 꼭 필요한 생활에는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결로」나 「혼자 살면서 식품 저장 공간에 갖춰야 할 것」 부분에서는 살짝 감동하기까지 했다. 단열과 습기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한 고찰이라니. 발뮤다 토스터의 수식어가 '죽은 빵도 살려준다'라니. 검색을 해보니 가격이 조금 있었다. 못 살 정도는 아니지만 김교석은 말한다. 오만 원짜리 사서 안 쓰는 것보다야 돈을 더 주면서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사야 살아질 것 아닌가. 무작정 사는 게 아닌 쇼핑 전문가가 알려준 팁을 활용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행복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은 『오늘도 계속 삽니다』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전문가를 방불케 하는 물건에 대한 지식이 어찌나 해박한지. 장바구니에 다 넣을 뻔했, 지만 참았다. 이미 나에게는 있는 물건이고 다음에 필요하면 참고하면 되니까. 배달 음식을 먹더라도 포장 용기째 먹지 말고 식기에 담아서 먹기를 권유한다. 맨발로 집을 돌아다니는 게 그렇게 위험한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잊지 않겠다. '모로코 바부슈'
『오늘도 계속 삽니다』는 무작정 소비를 권유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맞추어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안목과 쇼핑중독자로서 해박한 지식을 공유한다. 공간에게 위로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물건이 놓이는 곳은 자신이 사는 집이다.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물건 목록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쇼핑의 실패를 경험했을지 상상만 해본다.
경쟁과 불안을 안고 살지만 꿈과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우리들에게 날아온 삶을 바꾸기 위한 제안서 같은 책. 오늘도 계속 사면서 살아가는 거. 별거 없는 오늘을 견디는 방법이다. 자신의 공간에 위로를 줄 수 있는 물건을 들여놓고 빈 공간이 있으면 그걸 보면서 살아가는 거. 책에 나오는 모든 물건을 살 수는 없다. 그냥 이런 물건도 있구나 감탄하는 정도.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먼지떨이'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가만있자. 올해 내가 산 물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무엇이 있나. 먼지가 나지 않아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분홍색 이불. 이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중소기업에서 만든 노트북(가격 참 착하다. 성능 또한 대기업 제품 못지 않다). 생일날 받은 쿠폰으로 산 대용량 텀블러. 백화점에 가서 쭈뼛쭈뼛 산 지갑. 신형은 아니지만 구형도 아닌 중고 휴대전화. 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타고 가서 고른 암막 커튼. 굉장히 많이 샀구나, 나. 과소비는 하지 않는 선을 지켜가며 사도 많이 샀다. 혼자 살아도 둘이 살아도 필요한 건 사면서 삽시다. 『오늘도 계속 삽니다』는 그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