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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춤을 추세요
이서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안녕하세요. 이서수 작가님.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해서 과연 가을이 올까 의심하게 만드는 여름이네요. 아무쪼록 시원한 곳에서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신간 소설집 『그래도 춤을 추세요』 나온 것 축하드립니다. 더위와 다른 일들 때문에 책 읽는 일이 힘들어졌을 때 작가님의 신간이 나와서 많이 반가웠습니다. 신간에는 앤솔러지 작품집에 실린 소설도 있어서 두 번 읽었는데 그 또한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결말이 바뀐 소설이 있어서 더 좋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작가님의 오랜 팬으로서 『그래도 춤을 추세요』가 부디 작가님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것 같은 책입니다. 실린 소설들 하나하나가 전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서요. 특히 제 모습이 많이 투영 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훌쩍거렸습니다.
2025년 8월의 제 상황을 전부 전달할 순 없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어떤 어려움들을 합치면 제가 됩니다. 「이어달리기」의 재은씨 (엄마한테 먼저 말하지 않고 회사 그만둔) 와 「춤은 영원하다」의 젊은 마흔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잘지내고있어」의 주연 (책임을 미루고 싶어 하는) 그리고 「청춘 미수」의 미수 (피를 흘리지 않고 한 달에 삼백만 원을 벌고 싶은)는 나이면서 우리입니다.
「AKA 신숙자」의 딸 박미리가 고양이 퐁이를 위해 거금을 쓰는 건 이해해 볼 만한 일입니다. 아직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키우게 되면 저는 더 극성일 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네요. 나 아닌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미리의 행동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숙자씨에게 감정 이입이 더 되었습니다. 돈이 있는데도 일 할 것을 강요하는 딸에게 느낀 서운함을 말이죠.
「광합성 런치」의 차진혜는 신입사원 박이재의 퇴사를 막기 위해 점심 식대를 만 원으로 올리려고 하죠. 맞아요. 요즘 밥값 너무 올랐어요. 얼마 전에 푸드코트에 갔다가 가격을 보고 한참이나 망설였죠. 먹고 싶은 세트는 죄다 만 원이 넘었어요. 사랑을 하고 싶은데 점심 식대에 가로막힌 진혜의 내일이 해피했으면 합니다.
친구들이 나오는 「운동장 바라보기」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꼈습니다.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나의 비관을 타박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으면 죽고 싶은 오늘이 괜찮아질 거 같아요. 먹방을 자주 보는데요. 댓글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시켜 먹을 수 있는 재력과 저 많은 음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는 게 대부분이에요. 부러운 거 맞아요. 경제력과 소화력을 한꺼번에 갖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저는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미식생활」의 나라는 계속 찾아가는 먹방을 하고 호린은 술을 줄이고 나라와 함께 사이좋게 지냈으면 합니다.
무엇이 있으면 행복할까요? 직업? 건강한 부모님? 언제든 부르면 나오는 친구들? 고정 급여? 『그래도 춤을 추세요』를 읽으면 행복은 별게 아닌데 별것처럼 굴면서 내 곁으로 오지 않아 얄밉게 느껴집니다. 모아둔 돈이 있어서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닌데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엄마와 도서관에 다니는 하루가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았다니. 작가님 왜 이렇게 슬프세요.
문학소녀는 문학백수가 되었지만 살아 있으면 문학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알아요. 작가님이 슬픈 게 아니라 삶이 슬프다는걸. 어제는 싫은 사람에게서 전화와 카톡이 왔습니다. 전화는 받지 않았고 카톡도 읽지 않음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잊고 지내고 싶은 일을 자꾸 들쳐내는 사람이라 이제 차단해야겠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세뇌해놓은 마음이 무너져서 저녁과 밤에 『그래도 춤을 추세요』를 읽으며 마음을 다시 쌓았습니다.
책이 정말 좋습니다. 『그래도 춤을 추세요』가 말이죠. 제가 이 책이 각종 문학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브의 경고를 틀어 놓고 춤을 추겠습니다. 테크닉은 없고 진심만 가득한 춤사위지만 제 춤의 기운만 살짝 느껴주세요. 길을 걷다가 춤을 추고 싶어진다면 그건 제가 다른 공간에서 이상과 김동인, 이효석, 황순원, 노벨 선생을 만나 『그래도 춤을 추세요』를 건네며 춤을 췄다는 걸 거예요. 그리고 수상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로또번호도 알아서 텔레파시로 보내 놓겠습니다.
비싸더라도 수박 사서 드시고 더우니 디저트는 배달로 시켜서 드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