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게 살 거야 -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
진민영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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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욕심을 부리며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비우기'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살이 다시 찌면 입을 거라고 챙겨 둔 옷과 목이 늘어난 양말을 버렸다. 유행이 지났지만 미련 때문에 걸어둔 원피스도(목 부분이 변색되어 있었다, 이런). 터질 것 같은 옷장을 보면서도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했다. 손이 가는 옷을 기준으로 비슷한 옷을 사고 또 사고.

정리와 정돈, 수납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일단 버리라고 말하는 단호한 책도. 좋은 책은 그런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책. 유연하게 행동으로 유도하는 책. '비우기'를 주제로 한 책을 읽으며 조금씩 정리해 갔다. 양말 접는 법을 익히기도 하고 쓰레기를 먼저 버리고. 진민영의 『조그맣게 살 거야』는 버리고 비우고 수납하고 정리하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토대가 되어 미니멀리스트가 된 저자는 간편한 생활을 예찬한다. 물건의 80%를 비우면서 깨닫게 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수납이 싫다, 저렴한 다이소가 좋다, 돈을 쓰지 않는 게 재테크라고 이야기한다. 여행을 가서도 유명 관광지를 순례하거나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떠나고 싶을 때 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뿐이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화장품을 산다. 가벼운 삶을 사는 대안은 소비를 하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

공복을 사랑하고 미리 약속 장소가 나가 있는다. 한 가지 음식을 즐겨 먹고 요리보다는 '조리'를 한다. 단순한 삶의 끝판왕이 나타났다. 책의 제목처럼 '조그맣게' 살아간다. 미니멀을 시작하면서 변화한 부분을 읽다 보면 나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든다. 읽다가 중간에 덮고 수납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방치해 두었던 잡지를 옮겨 두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책 욕심은 내지 말아야지.

생필품은 그때그때 떨어지면 산다, 인터넷 쇼핑몰의 접속을 줄인다, 옷 사는 걸 미뤄본다. 『조그맣게 살 거야』를 읽고 다짐한다. 나는 조그만데 내가 남긴 흔적은 거대하면 안 될 일이다. 『조그맣게 살 거야』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고 활발하지 않고 취향을 뽐낼 수 없다는 것에 위축되지 말라고 말하는 책이다. 저렴한 다이소가 좋다고 색깔을 맞추어 물건을 놓을 필요가 없다는 솔직한 태도가 좋았다. 물건이란 단순한 기능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한다.

미니멀이 주제인 책을 읽다 보면 느꼈던 위화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특정 브랜드의 소품과 일상용품으로 채워진 집을 보면서, 미니멀리스트의 집은 이래야 하는구나를 학습했다. 아니었다. 가장 싼 제품을 사서 그걸 오랫동안 쓰는 삶. 때가 타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색 차렵이불을 사는 삶. 어떤 삶이 바람직하다고 단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가면서 '조그맣게' 될 때까지 살아가는 게 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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