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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계속 -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ㅣ 아무튼 시리즈 7
김교석 지음 / 위고 / 2017년 12월
평점 :
매일 신이 나고 즐겁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밌는 일로만 가득한다면 행복해서 미치겠지. 미를 치고 파를 치고 솔을 치고…. 다행이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아서. 말장난만 하다 만다. 변함없는 일상을 산다. 어제와 똑같은 태양이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진다. 저절로 눈을 뜨는 아침을 갖는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알람 대신). 이불을 개고 몸무게를 잰다. 어제보다 숫자가 내려가면 환호. 올라가면 울적. 연하게 커피를 타서 마시며 빵을 먹고. 어제 읽은 책의 리뷰를 쓴다.
별거 없는 하루의 시작. 김교석의 『아무튼, 계속』은 일상을 유지하는 힘인 '항상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매일의 루틴을 소개로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 자신의 일상을 만들어 감을 유머 있게 보여준다. 술자리와 모임을 갖지 않으려고 하며 SNS는 가급적 멀리하려 한다. 퇴근 후 20분의 법칙을 소개한다. 옷만 갈아입고 20분 동안 집안일을 한다. 하기 싫다고 소파에 늘어져 있으면 안 된다. 정신보다 몸이 행동하도록 20분의 루틴을 지킨다.
월 수 금은 저녁 9시에 수영을 다니고 술, 담배를 안 하는 대신 콜라 중독이다. 콜라 먹는 법을 알려줬는데 꽤나 맛있게 먹는다. 농구를 좋아하고 동네 세탁소 아저씨와 친분을 쌓아간다. 어쩌다가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는지 알려주는 일화가 꽤나 재미있다(건물주의 포스는 과연 남다른 것이었다). 특별한 하루를 꿈꾸지 않고 지금 살아가는 시간에 충실하도록 스스로가 설계한 방식을 보여주는데, 『아무튼, 계속』은 '아무튼 계속' 살아가야 함을 잊지 말라고 하는 책이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던가. 나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자가 그토록 바라던 오늘이라고 했던가. 명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나의 하루는 소중한 시간이다. 일상이 무너지면 나는 당연하게도 없어진다.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지치지 않도록 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마음의 병. 자존감 하락. 이런 말로 나의 일상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매일 화분에 물을 주고 수건을 빨고 욕실 청소를 한다. 어디에 있든 자신의 공간을 가꾸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사소한 행동으로도 힘이 난다.
『아무튼, 계속』은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위해' 쓰인 책이다. 뭐, 그런 날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런 하루가 모여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걸 모른다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좋아하는 걸 마음껏 좋아하고 누군가의 잣대가 아닌 나 자신의 눈으로 나를 볼 수만 있다면 일상은 유지된다. 김교석은 긴 문장을 유연하게 잘 쓴다. 진지하면서도 꼼꼼한 문장으로 '아무튼, 계속' 책을 읽어나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