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새롭게 알게 된 사람과 일요일에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정유정을 읽고 있다고 했다. 『7년의 밤』을 쓴 사람이고 그게 영화화도 됐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스티븐 킹으로 흘러갔다.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한 장면을 공유했고 무더운 오후는 그렇게 흘러갔다.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아서 좋았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오래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유정에서 스티븐 킹으로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가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어찌 됐든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나름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이라고 자위했다. 요즘엔 이렇게 나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괜찮다. 잘 해내고 있다고. 그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라서 자뻑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지 않으면 지금의 시기를 버텨낼 수 없을 것 같다.


기간을 보니 정유정의 신작 『완전한 행복』을 열흘 동안 읽었다. 페이지 터너 정유정의 책을 이렇게 길게 읽을 일이 아닌데. 요즘의 내 일이 그렇다. 집에 와서 씻고 잠깐 드러누워 있으면 공기에 수면제라도 탄 듯 잠이 쏟아진다. 그 와중에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한다. 이쯤 되면 『완전한 행복』의 주인공처럼 나 역시 나르시시스트인가. 그럼 어때.


나의 자뻑이 누군가의 행복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까. 『완전한 행복』은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읽어 나갔다. 정유정이니까. 『7년의 밤』을 읽던 밤을 기억하니까. 온전한 몰입의 기억을 갖게 해준 작가이니까. 정유정의 신간이 나온다. 무조건 산다. 닥치고 그냥 읽는다. 원래 이쯤 되면 줄거리 요약하고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작품 분석을 몇 줄 쓰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완전한 행복』을 읽는 그때의 상황, 기분, 날씨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주인공 유나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일을 하느라 행복에 대한 정의 같은 걸 내릴 여유가 없었다. 엄마가 죽고 모든 게 의미 없어진 듯한 기분으로 한동안 살다가 의미 따위를 찾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 삶, 죽음, 직업, 자유, 희망, 절망. 추상 명사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에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진 않았다.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고 성공까진 아니더라도 성공의 근처까지는 가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공수래공수거.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엄마가 듣던 김국환의 타타타의 한 소절까지. 욕심 없이 살자고 하지만 살아가는 일 자체가 욕심에 욕심을 더하는 일인 것 같다. 욕심의 원인은 행복해지기 위한 것. 책이라도 읽으니 누군가의 행복론을 듣는다. 행복이 뺄셈이라니. 요즘 말로 신박하다.


피곤한 와중에도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서 오늘의 핫딜을 보고 필요하지도 않는데 키보드를 검색하면서 무언가를 더하고 있는데.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유나는 경악할만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한다.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이 생길 때 나는 그냥 두고 본다. 상황이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무기력하다는 표현이 맞다.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지 않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가 취할 수 있는 최대의 몸짓이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없는 것도 큰 이유다. 소설 속 인물이 행복을 위해 벌이는 일을 보면서 그게 소설 속 인물이라서 다행이라는 것보다 어떤 실화에 기반한 설정이라서 더 끔찍했다. 막장 드라마라고 욕하지만 현실은 막장에 막장을 더하지 않은가. 정유정의 신작 『완전한 행복』의 정보를 얻고자 여기까지 읽었을 누군가가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저는 문학병을 앓고 있습니다. 명의 허준이 와도 고치지 못한다는 그 병입니다. 문학과는 동떨어진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한 듯 아닌 듯 사실 간절하지 않은 척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리뷰의 형식을 빌려 신세 한탄을 하는 글입니다. 리뷰로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 따위는 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그저 아프고 힘들지 않기만을 소망합니다. 행복이라는 단어 앞에 완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정유정의 대담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완전한 게 어디 있나요. 그런 게 존재한다면 기꺼이 제 머리카락 몇 올을 바치겠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지연 2021-08-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쥐보스님의 리뷰글들이 재밌어서 읽어보고있네요ㅎ 리뷰가 굉장히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책읽기만으로도 벅찬데 돼쥐보스님은 리뷰까지 이렇게 많이 쓰시다니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업이 궁금했는데 전혀 다른쪽이라니 놀랍습니다!!

돼쥐보스 2021-08-13 17:37   좋아요 0 | URL
엉망으로 쓴 글이라 읽기 힘드셨을텐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