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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 ㅣ 청소년에세이 해마 7
정지음 지음 / 낮은산 / 2025년 11월
평점 :




내 마음 나조차 몰라. 정말 몰라의 요즘이다. 괜히(진짜 괜히 왜 그럴까) 마음이 푹 가라앉고 있다.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바로 후회한다. 이게 맞는 걸까 고민을 해보지만 맞지 않을 걸 알기에 선택의 후회는 더 깊다. 번복은 어렵고 좌절은 쉽다. 내일, 미래, 앞으로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게 두렵다. 5년, 6년, 20년 후의 미래는 아득해서 울고만 싶다.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책 정지음의 신간 에세이 『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를 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지금의 내 상황으로서. 제목에서 알았다. 지금 나는 망하는 중인데 망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거라고. 그런데 웬걸. 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라니. 어느 순간 망하는 게 멈추고 아주 보통의 평범의 날을 가지게 될 거라는 제목의 암시.
책을 사고 나서 알게 되었다. 『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는 '청소년 에세이'라는 것을. 이토록 다정한 분류라니.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 이런 분류의 책들이 많았더라면 덜 외롭고 덜 괴로웠을 텐데. (그때, -텐데, 만약에라는 말에 메여 있는 것도 같네.)
청소년 에세이답게 『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는 학창 시절의 일로부터 시작한다. 냅다 '정말이지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였다는 고백부터 한다. (암요, 저도 그랬던 걸요. 정말 학교가 왜 있는지. 지금은 회사가 왜 있는지. 모르겠는 시절입니다.) 만화책을 압수 당하고 반성문을 써야 했던 지음 학생은 연체료를 물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반성문을 써낸다.
지음 학생의 반성문을 본 김 대감 선생님은(왜 별명이 김대감인지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서 궁금증을 해소하시길)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말을 한다. 당시로서는 그 말이 칭찬인지 몰랐지만 지금에야 지음 어른은 깨닫는다. 그 말은 감히 칭찬의 말이었다고. 아무도 그 누구도 학생 지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지 않았지만 김 대감은 달랐다. 어른의 말 한마디는 학생 누구누구에게 용기와 미래의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일화.
금전욕에 사로잡힌 어른 지음, 엄마에게 물수건으로 맞은 학생 지음, 실패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은 어른 지음. 학생과 어른 사이에서의 지음이 겪은 생활담은 나의 과거와 현재를 사찰 당한듯한 놀라움을 주었다. 계속 실패해서 의기소침해진 시간이구나, 지금이. 무얼 해도 안 된다는 불안과 부정으로 가득차 있구나, 내가. 『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를 읽으면서 내 마음 이제 조금 알겠네가 될 수 있었다.
내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실패라면, 역시나 실패를 너무 미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실패'의 정의를 다르게 해 볼 수 있었던 올해는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정지음, 『망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 中에서
유일한 내 것이 실패라면 보듬어 주고 소중하게 여기라는 거지. 그러다 보면 실패는 성공이라는 친구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거. 성공아 나를 잘 보살피는 어른이가 있어. 내 친구니까 너랑도 잘 어울릴 것 같아.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실패 덕분에 성공도 찾아오는 어느 한 미래의 일을 상상한다. 그만 망해라가 아니라 더 이상 망할 일은 없겠지의 기분으로 유일한 내 친구 불안을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