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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괴담 ㅣ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평점 :
이게 맞는 건가. 쉬면서도 회사물을 읽고 있는 내가. 안전가옥에서 기획한 시리즈 『오피스 괴담』을 읽으면서 등에는 식은땀이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어도 될 것을. 왜 나는 미련하게 두고 온 그곳을 떠올리면서 혼자 호러 영화를 찍고 있는 걸까. 완전 사노비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는 걸 것이었다는 걸. 답이 없는 노답 인간인지라 그런지도. 『오피스 괴담』은 무섭고 소름 돋았다.
첫 번째 이야기 범유진의 「오버타임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을 들려주었다. 오랜 취업 준비 끝에 들어간 회사에서 설거지, 간식 준비에 지친 주인공이 기획서를 쓴다. 저장할 수 있는 곳에 심지어 USB에도 저장을 하고 잠깐 화장실에 갔다. 그곳에서 여자의 음성을 들었고 혼비백산해서 사무실에 돌아왔지만 저장한 기획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USB는 아작이 나 있었다.
나 너무 섬뜩하고 소름 끼쳐서 죽을 뻔했는데 이야기를 들은 이는 코믹이야 물었다. 아.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다르게 받아들이기가 이런 것이구나. 느리게 문서 작업을 하고 간밤에 컴퓨터가 폭파될까 봐 메일에도 보내고 카카오톡 나에게도 보내는 나는 한 달 넘게 작업한 기획서 파일이 사라진 장면에서 섬뜩함과 함께 공포를 느꼈는데. 멀리서 보면 웃길 수도 있다니. 「오버타임 크리스마스」는 인간이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명주고택」은 더한 공포와 슬픔의 무게를 독자에게 쥐여준다. 경쟁사를 제치고 입찰 건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사의 대표 이야기는 사는 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다시 알려준다. 세 번째 소설 「행복을 드립니다」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윤미의 마지막 행동은 정당화할 수 있을까. 상황을 주고 차곡차곡 당위를 쌓아갔지만 당하는 그이 역시 어쩔 수 없는 회사 인간임을. 소설은 인물이 처한 현실을 다각도로 곱씹게 만들었다.
김혜영의 「오피스 파파」는 알레고리적인 기법을 보여줌으로써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회사 인간의 의미를 찾는 소설이다. 고졸 출신으로 힘겹게 들어간 회사에서 갑질을 당하는 민정은 쓰레기통 하나를 얻는다. 쓰레기로 인식하여 버리면 소실된다는 쓰레기통 이야기를 읽으며 스스로를 쓰레기로 여기지 않게 조심히. 마지막 소설 「컨베이어 리바이어던」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무너진 가족의 풍경을 딜리원이라는 쇼핑몰의 물류센터로 가져온다. 잃어버린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는 소민은 윤주를 만나 기이하고 참담한 일을 겪는다.
『오피스 괴담』을 읽으면서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는 자, 가 있을까. 괴담이라고 제목에 붙여 놓고 무섭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지만 『오피스 괴담』은 너무너무 공포스럽고 숨이 턱턱 막혔다. 알죠. 현실은 소설 보다 더하다는걸. 악당이라고 칭하기에도 민망한 악당 대마왕들이 보통 사람인척 설치고 다닌다는걸.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느덧 악의로 가득한 촉수를 가지게 되었다.
그저 일을 하고 싶어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그저 일을 해야 해서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일상물이 아닌 공포 호러 서스펜스 스릴러물의 장르로 살고 있는 건지. 오피스라는 말 뒤에 괴담을 붙이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소비하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다고 쓰고 싶지만 명백히 알고 있다. 평범한 일상은 꿈에서나 가질 수 있는 공포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