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김안젤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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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몸무게부터 잰다. 경건한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라간다. 오늘은 몇 킬로그램일까. 얼마나 불어 있을까. 어젯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두유 넣은 커피랑 대왕 초코칩 쿠키 먹은 나를 떠올리며.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같은 날에 비해 몸무게가 400그램이 불어 있다. 안다. 몸무게 강박인 거. 3년째 달력에 몸무게를 기록하고 있다. 어제 보다 찌면 우울. 빠져 있으면 안심. 이런 나날이 3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먹기 전 이걸 다 먹으면 살이 찔 것 같다는 걱정스러운 소리부터 낸다. 다행히도 같이 먹어주는 사람은 그런 나에게 잔소리나 힐난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많이 먹으라며. 그래도 조금씩 천천히 먹기로 한다. 한때 나는 몸무게를 생각하지 않고 지냈다. 꾸미기에 열이 오른다는 이십 대 시절에는 통통한 체형으로 살아갔다.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많이도 먹어댔다. 나는 식탐이 많다. 나는 내가 뭐든 잘 먹는 사람인 줄 알았다.


먹다 보니 알겠더라. 뭐든 잘 먹는 사람인 게 아니라 먹는 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천천히 소화를 해가면서 먹어야 하는데 일단 먹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래서 소화제는 필수. 그렇게 잘 먹는 척을 하다가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채식을 하고 현미밥을 먹고 한창 유행하는 1일 1식에 도전했다. 몸무게는 빠졌다. 앞자리가 두 번 바뀌고 일 년을 유지했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살을 빼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힘든 일임을.


다시 통통이로 돌아갔고 그동안 먹지 못한 음식을 먹었다. 하루 종일 먹는 것만 생각했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에 다시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는 게 마음처럼 되는가. 극단적인 절식보다는 먹고 싶은 걸 먹되 조금씩 먹는 방식으로 몸무게를 조절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해지면 예뻐질 줄 알았는데. 그냥 나였다. 그냥 내가 됐다.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는 날씬한 몸매를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폭식증을 앓게 된 김안젤라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렸을 때는 날씬이었단다. 많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중학교에 올라가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면서 살이 급격하게 쪘다는 저자는 그 후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그 결심에는 끊임없이 다른 이와 비교하는 자신이 한몫했다. 안부 인사처럼 하는(그게 안부 인사가 되는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살쪘네, 쌍수만 하면 이쁠 거야, 같은 되지도 않는 외모 평가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생각 없이 한 어떤 말에 누군가는 평생의 상처가 된다. 일하러 직장에 갔는데 쌍수를 해라, 왜 그런 옷을 입냐, 이런 말을 들으면 한동안 멍해진다. 김안젤라의 다이어트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심해진다. 초절식으로 음식의 양을 줄이자 몸무게는 빠졌지만 음식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집착은 폭식증으로 변했고 한 번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절제가 안된다. 먹고 살이 찐다는 공포 때문에 토하는 이른바 폭토를 한다. 토하고 나서는 자기혐오라는 감정이 찾아왔다.


내가 왜 이럴까.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마음에 스스로 섭식장애를 다루는 병원에 찾아간다. 이는 드문 일이라고 한다. 폭식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의 권유에 의해 간다. 스스로 병원에 간다는 건 치료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하면서 저자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내면의 어린아이'가 겪은 고통의 기억을 찾아내 마주하는 것이다.


결코 말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가족과의 관계부터 꺼내기 어려웠을 유학에서의 경험까지. 폭식증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무조건 마른 게 예쁘다는 인식에서 찾아온 폭식증이 어떻게 삶을 망치는지까지.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는 우여곡절 끝에 폭식증을 이겨냈다는 희망기가 아니다. 폭식증을 앓고 있는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천천히 자신이 세운 미의 기준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통통해도 나. 날씬해도 나. 나는 어디 가지 않고 여기 있다. 단지 타인의 잣대로 내가 나를 바라보며 힘들게 한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남을 의식하지 말고 본인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세요,라고 말하는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당장 오늘부터 나를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이가 들려주는 솔직한 이야기에서 나만이 고통스러웠던 게 아니었음을 발견한다.


요즘은 나로 살아간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강요된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나는 점점 네가 되어 간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가 아닌 나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사고가 내면에 정착될 때까지 살아가기로 한다. 일단 살아보라고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는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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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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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게 된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2: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찾아보니 『오늘의 인생』1권은 2017년 12월 이맘때에 읽었다. 그때 쓴 리뷰를 보니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의 인생』1권을 가지고 스타벅스에 갔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그곳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컵을 사 왔던 오늘의 인생이었다. 백화점에 들러서 화장품도 샀었네. 『오늘의 인생 2: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를 읽는 2020년의 12월은 집 안에서만 지내는 오늘의 인생이다.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문구 덕후로서 부산 서면에 있는 교보 문고를 가지 못하는 건 아쉽다.


여행 가기와 카페에 앉아 차 마시며 책 읽기를 즐겨 하는 마스다 미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본은 한국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특히 그녀가 사는 도쿄는 더더욱, 책을 보니 2월 14일에 미팅을 하러 간 것 빼고는 5개월 동안 집에만 머물렀다. 2017년부터 2020년의 일상 이야기가 실린 『오늘의 인생 2: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전반부에는 마스다 미리의 보통이 삶이 있다. 여행을 가고 외식을 하고 서점 카페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다니며 의미 있는 대화를 듣고 일상의 풍경을 기억에 담아 그림으로 그려 넣는, 오늘의 인생이. 묘하게 바뀐 기분을 전환하려고 디저트를 먹고 빨간색 지갑을 사러 다닌다. 영어 회화 학원과 헬스장을 다니기도 하면서. 알록달록한 종이 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가 있다. 표지가 빨간색이어서 연말에 소중하게 생각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센스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원래 책 선물은 취향이 타는 선물이라 조심스러운데 마스다 미리의 책은 누구나가 좋아할 수 있는 믿음이 있는 책이다. 보고 있으면 눈이 편안해지고 마음마저도 말랑말랑하게 풀어진다. 마스다 미리가 대단한 건 빠르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단상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많은 시리즈 중에 '오늘의 인생'이 사랑받는 건 오늘 하루도 괜찮았어, 미운 감정이 들었지만 표현하지는 않았어, 나 어른이 됐는 걸이라는 나를 향한 위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은 산책을 하다가 '코로나가 끝나면'으로 시작되는 대화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전 세계인 모두가 그럴 것이다. 카페에 가고 쇼핑을 하고 전시회에 구경 가고 적금을 깨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집에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는 과거의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선언이 믿기지 않았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 버리고 이동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된 오늘의 인생.


두렵고 불안한 오늘이지만 『오늘의 인생 2: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속 오늘은 그런 하루마저도 여전히 고양이는 낮잠을 자고 바람은 그대로 불어와서 변하지 않는 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집 정리를 하다가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았던 자신이 있었기에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제빵기를 사서 식빵을 만들어 먹고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한 끝에는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는 코로나 시대의 오늘의 인생.


모두 어떻게 슬픔을 이겨내고 있을까. 다들 괜찮은 걸까. 아니 이겨내거나 괜찮지 않다. 다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서 겨울철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극성이니 자주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라고 해서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지인 모임은 자제하고(지인이라고 내세울 만한 사람이 없다. 원래 만남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아서 이건 지키고 말 것도 없다) 마스크를 꼭꼭 쓰고 버스를 타고 학원 수업을 듣는다. 커피는 테이크 아웃으로. 배달 음식 시키는 횟수는 좀 늘었고.


마스크를 쓰고 모르는 사람과 웃음을 나누고.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다과 모임을 하는 바다 건너 사는 마스다 미리 언니의 오늘의 인생을 엿보는 오늘의 인생. 어디에 취직을 해야 하나. 누가 날 써 줄까. 줄곧 고민하다가도 다정한 이가 사다 주는 커피와 마카롱을 먹으며 헤헤 웃는 오늘의 인생. 마트에서 골라 나온 스탠드가 마음에 들어 하나 더 살까 갈등하는 2020년 12월 26일 오늘의 인생.


오늘 읽고 쓴 『오늘의 인생 2: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의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오늘의 인생'이 딥다 많이 나와 좋은 글은 아니겠구나 생각한 오늘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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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은 셋 세라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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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사실 안다. 나는 약간 꼼꼼한 사람이라 매일 일기를 쓰기 때문이다. 약간 꼼꼼하게 하루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쓴다. 어디 보자. 여섯 시에 일어나서 컴활 실기 공부하다가 냉장고에 들어 있는 간식을 이것저것 때려 먹고 버스 타러 간다. 학원 수업을 듣고 다시 버스 타고 집에 와 점심을 먹는다. 청소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아 기출문제를 푼다.


중간중간에 간식을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금요일에 실기 시험을 보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긴장 상태였다. 누가 보면 국가 고시에 도전하는 줄. 컴활 2급도 국가 공인 시험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난리 피우면서 공부하지는 않겠지. 엑셀을 못 다루면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공부했다. 그동안 나는야 우물 안 개구리.


금요일에 시험 보러 갔다. 한 시간 일찍 가서 책을 들여다봤다. 중첩 If 함수 문제를 못 풀어서 계속 그것만 들여다봤다. 결론적으로 한 문제 나왔다. 아싸. 코로나 때문에 시험장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서 3월부터 시험료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이번에 합격해야 했다. 그런 마음이라 내내 불안, 초조, 긴장감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시험 보는데 긴장돼서 손이 벌벌 떨렸다. 화면 상단에 시계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집에서 한대로 차분히 천천히 해도 이십분 정도에 마쳤으니까. 타이핑도 정확히 치려고 했다. 초반에 조건부 서식 문제를 못 풀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평균으로 지정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어라. 이건 안 배웠는데. 당황. 일단 패스. 아는 거 먼저 풀고 다시 조건부 서식 문제. 어찌어찌해서 결괏값이 나오기는 했다.


나는 시험이 끝나면 바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정확히 40분이 돼야 시험지 주고 나올 수 있었다. 못 푼 문제가 없어서 안도했다. 결과는 2주 후에 나온다. 근처에 유명 빵집이 있어서 사러 갔는데 오늘 치는 다 소진됐단다. 울적. 집에 와서 삼겹살 구워 먹고 드러누웠다. 책상에는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있었지만 일단 오늘은 휴식.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소설 『명랑한 갱은 셋 세라』를 토요일 오전부터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너무 잘 읽혀서. 너무 재밌어서. 너무 신나서. 역자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이사카 고타로를 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어본 사람은 없다고. 딱 내가 그랬다. 이사카 고타로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모든 것이, 까지는 아니고 일부가 달라졌다.


소설이란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소설에 대한 인식이 생긴 것이다.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란 얼마나 많은지. 넷플릭스와 게임, 음악 듣기, 맛집 찾아다니기, 마트 구경하기, 문구 사이트에 들어가 배송비 아껴보겠다고 각종 문구 용품을 오만 원어치 담고 있기 등등. (저만 이런 겁니까. 혹시 다들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하고 명상 음악 틀어 놓고 하루를 반성하며 살고 있나요.)


책 읽기 말고도 재미있는 게 한가득인데 왜 책을 읽고 있느냐. 다른 행위들은 하다 보면 지루해졌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 눈에 피로 대신 마음의 안정을 주는 작은 세상. 언제든 펼치기만 하면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책은 준다. 이야기가 종횡무진 예측 불가결한 곳으로 달려가면 더 좋고. 가끔가다 잠언 비슷한 문장이 나오면 그것대로 좋다.


여기 네 명의 인물이 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들. 사람의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본심을 알아맞히는 나루세. 동물을 좋아하는 손이 빠른 구온. 수다쟁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교노. 몸 안에 시계가 있다고 여길 정도로 정확히 시간을 계산하는 능력을 가진 유키코. 그들은 은행강도다. 명랑한 갱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명랑한 갱은 셋 세라』를 토요일 오전 시간에 독파했다.


한 번 읽으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했나 보다. 순수한 한글로만 된 글을 읽으니 피곤이 풀렸다. 은행을 터는 것으로 시작하는 『명랑한 갱은 셋 세라』. 각자 직업은 따로 있고 어쩌다 모이게 된 그들은 은행을 턴다. 비일상적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일상을 충실히 살아간다.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가 일하는 걸 보러 가면서 이상한 일에 휘말린다.


그 '이웃 언니'는 공원을 지나가다가 "나도 오늘은 학교 땡땡이칠까"하고 다카라지마 사야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친구는 없어도 돼." 그렇게 말하며 웃더니 이런 말을 해주었다. "친구가 많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야.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말고, 우습게 보지도 말고, 조금만 친절해지면 돼."

(이사카 고타로, 『명랑한 갱은 셋 세라』中에서)


은행을 터는 도둑 앞에 더 이상한 악당이 나타난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유명인들의 뒤를 캐고 심지어는 일반인의 사생활까지도 폭로하는 주간지 기자, 히지리. 과연 명랑한 갱들은 히지리와 어떤 대결을 펼칠까. 반전이 이어지면서 소설은 신나게 앞으로 나아간다. 셋을 세는 순간,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역시 이사카 고타로. 두려운 내일이 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말고, 우습게 보지도 말고, 조금만 친절해지면 돼.'


악당 히지리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이상 리뷰를 빙자한 컴활 2급 시험 도전기였습니다. 전 또 며칠 쉬다가 다음 시험 준비하러 갑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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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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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두 달에 걸쳐 읽었다. 이 책을 이렇게 오래 읽을 줄이야. 이렇게 오래 읽을 책이 아닌데 하면서도 오래 읽었다. 머리맡에 놓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었다. 하나의 주제로 일곱 명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 모음집이라 가능했다. 한 편 읽고 생각에 빠지다가 잠드는 일상이 무한 반복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원에 가느라 몸이 피곤했다. 매일 같이 일어나면서도 난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 아니고 말고, 자괴감에 빠진다.


요즘은 미라클 모닝이라고 해서 새벽 기상이 유행이라는데. 시도는 하고 있지만 오후가 되면 낮잠을 무려 세 시간이나 잔다. 저질 체력. 한숨. 낮잠 자기 전에도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었다. 죽어라 피곤해서 누웠는데 막상 잠이 드는 건 쉽지 않으니까. 옆으로 누워서 섬세하게 조절된 색온도 불빛에 의지해 한 편씩 읽어나갔다. 전자책의 좋은 점이다. 잠이 올 때 버튼만 누르면 암흑이 되니까. 불 끄는 것도 귀찮은 나에게 전자책은 킹왕짱.


아무튼으로 시작하는 주제들.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커리, 비, 결혼, 커피, 그 쓸데없는'으로 작가들은 에세이를 쓴다. 읽기 전부터 호기심이 일었던 주제는 '작가, 방'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방이 있어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내가 책갈피 해 놓은 부분은 김민섭 작가의 글.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 된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타인의 세계 안에서 타인의 언어로 자신이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두려움을 준다. 등단의 과정이 없더라도,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지 않아도, SNS에든 블로그에든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 나가는 모두는 작가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中에서, 김민섭)


전부 솔직하진 않지만 약간 솔직한 글이라서 에세이가 좋다. 글이란 게 전부 솔직해도 문제 전부 가짜도 문제. 피곤에 찌들어서도 읽을 수 있다는 책이 있다는 사실. 각기 다른 주제를 서로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서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조금씩 아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나처럼 두 달에 걸쳐 읽어도 되고 더 천천히 읽어도 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늦게 읽는다고.


내밀한 이야기는 듣는 것보다 읽으면서 상상하는 게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 '커피'라는 주제에서 이은정 작가는 죽은 언니가 좋아했던 커피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밥값에 근접하는 커피라고 생각하면 마시지 못한다. 라테 비용이라는 말도 있던데.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마실 수 없는 커피」 이야기에서 반성과 후회를 한다.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이름을 들어본 작가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작가도 있다. 이름은 알고 있으나 글을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아, 이런 사람이구나, 좀 웃긴데 생각했다. 무엇이든 쓰는 자들이 작가라고 말해주어서. 불안하지만 읽고 쓰는 행위로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해주어서. 고맙다. 두 달 내내 격려와 위로를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으며 받았다. 몸의 피곤은 어쩔 수 없어서 피로회복제를 5일치나 사서 먹은 건 안비밀. 마음 치유는 책으로. 이제 힘 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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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원고지를 앞에 둔 당신에게
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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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까라는 의문으로 지내온지 두 달째. 내일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라니. 믿을 수 없다. 시간 한 번 거 참 빠르다. 할 새도 없이 빠르게 흘러가고. 나의 의문은 영영 풀리지 않을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변함이 없어서 참 좋다, 좋다고 생각할래. 해결되지도 않을 일에 마음을 쓰는 것보다 워킹 데드 마지막 시즌이나 뿌시는 걸로.


영화를 보면 되는데 영화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보고 책을 읽으면 되는데 책을 소개해 주는 책을 읽고 있다. 좋은 걸 보고 싶은데 고르는 기준이 꽝이라. 이러고 있다. 나만 몰랐던 벅차오르는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을 알고 싶단 말이다, 하는 심정으로 오늘도 서평집을 읽는다. 금정연의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제목이 근사하다. 글쓰기에서 매번 실패하는 부분이 문장 쓰기인데. 어떻게 하면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을 쓸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읽었다면 답을 찾을 수 없는 책이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서평계에서는 나름 유명하다던데 나는 금정연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반성하는 기분으로 차분히 읽어 보았다. 책상에 앉아서. 책의 소개를 쓰고 싶은데 훌륭하게 쓰지 못할 것 같아서 패스.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 위주로. 폴 오스터의 이야기가 있어서. 마루야마 겐지와 윤성희의 이야기가 있어서.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려줘서. 도입부를 어렵지 않게 쓰고 있어서. 좋았다는 거다. 문학의 저주에 걸린 자의 투병기 같은 글이랄까. 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은 서점 장바구니를 클릭, 결제까지 하고. 그리하여 책 택배는 쌓여만 가고 소설을 쓰겠다고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한 문학병을 단단히 앓고 있는 자의 글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재밌단 말이다. 내가 그러고 있는 것도 모르고서.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금정연이 읽은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에 기대고 있는 책이다.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앉았는데, 앉아 있기만 할 때, 첫 문장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치사하지만 인용이다. 서평이라는 게 책 소개를 얼마큼 근사하게 하냐인데. 책 소개만 하다보면 뻔하고 나조차도 읽고 싶지 않은 진부한 글이 돼버린다. 색다르게 쓸 수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이제 그만 써야지 한다.


그래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 오늘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책을 읽다가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문장을 만나면 그걸로 쓴다. 시작이 어렵지 쓰다 보면 온갖 기억이 몰려와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추는 지경에 이른다. 내 이야기 좀 들어줘. 현실에서 이러면 주접떤다고 욕먹는데 글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까 쓴다. 책 이야기를 하는 척 내 이야기를.


문장은 실패를 모르지만 내 인생은 실패를 안다. 아니다. 내 문장도 내 인생도 실패를 너무 잘 알아 개무시 하고 싶어지는 게 실패의 쓴맛. 요즘 나는 박명수의 어록을 계속 생각하는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에 떡 하니 박명수의 어록이 실려 있는 게 아닌가. 와. 미친. 대박. 어쩜 이래. 오늘 나는 사람들 앞에서 이름과 나이를 소개했다. 정말 하기 싫었는데. 안다. 내 나이. 무언갈 시작하기에 애매한 나이라는걸.


부끄러운 척 나이를 말하면서 생각했다. 박명수의 그 말을.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너무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시작하라."(박명수, 『맨발에서 2인자까지』) 그래서 난 지금 시작하려고 이 자리에 있는 거다. 문학의 저주에 걸린 채. 심통 난 마녀가 저주를 풀어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저주받은 인생이라고 여기면서. 또 다른 실패를 경험하기 위해.


오늘도 유익한 서평은 쓰지 못했구나.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이 어떤 책인지 알려주려고 했는데. 바보 같은 내 이야기만 늘어놓았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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