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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 - 인류의 기원과 여성의 탄생
J. M. 애도배시오 외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The invisible sex : Uncoverinf the True roles of Women in Prehistory
원제와 부제에서 이 책의 내용과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이 글의 요지는, 이 책이 밝히려는 의도처럼, 편견없이 바라보았을 때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의 고고학과 그것의 고증에 관한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구석기, 신석기 시대 훨씬 이전의 선사 시대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의 우리들, 그리고 수많은 고고학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 당시의 사회상을 추측하고 예측하고, 재현하과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고, 그에 덧붙여 저자를 비롯한 다양한 고고학자들의 최신 연구결과와 그에 관한 반증들을 꺼내 놓음으로써, 역사와 주변을 보는 눈에 있던 또 다른 우리의 오류를 지적해 준다. 아니, 오히려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직접 결론을 내린다기 보다는 설명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한 가지 사실을 두고 여러가지 각도에서 설명을 한다. 자신의 입장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반되는 입장도 자세히 보여주면서 이런 설명도 가능하다 는 식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내 나름의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거듭된 우연의 결과가 현재의 인류라는 것이었는데, 이는 이미 많은 사람이 의문으로 제시하였던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많은 생명과 개체 중의 한 속 또는 한 종이 우리 인간이라고 보았을 때, 그것은 우연이기도 하지만, 필연이기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추측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전문적인 문제이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최근까지 고고학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이 거의 남성이라는 점이, 우리가 아직, 선사시대에 발굴된 유해를 통해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것 조차 거의 불가능한 시점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대체로 여성이 빠져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박물관에 재현되어 있는 선사시대의 생활 모습에서 사냥터에 나가는 아버지 원시인, 그리고 아이를 돌보고 집에서 수동적인 모습인 어머니 원시인의 모습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단정짓는 습관과 태도는 이에 관한 오류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일정한 방향으로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우리가 선사시대의 생활방식을 우리들의 틀안에 두고 생각했듯이..
인간과 다른 종들, 그리고 지구와 우주조차, 250만년의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을 것인데, 그러한 변화를 간과하고 우리만의 잣대로 평가한 다는 것은 크나큰 오류가 아닐까? 심지어 현재의 인류 중에서 조차 부계사회가 아닌 모계사회의 모습을 지닌 원시부족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여기에서 원시부족을 현재 인류의 한 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250만년, 혹은 가장 가까운 시기의 원시인류라 해도 10만년 가량의 터울이 있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그리고 그 외의 생물학적 특징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그 어떤 인류도 현재 우리들에 더욱 가깝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을 이 책의 표현을 빌리면 바로 '신념의 무의식적 공유' 혹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와 같은 것으로 보는 실수'라고 하겠다. 상관관계란 두 가지 사물 사이에서 유사한 정도의 통계적 차이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사이에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수요가 일정한데,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그리고 반대의 경우에는 가격이 올라가는 반비례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과관계란 어떤 한 가지 원인이 다른 한 가지 결과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일원적이고 확정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상, 사회에서는 이러한 인과율과 확정성에 의한 지배가 거의 정확하게 맞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물리치고 있다고,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 이나 '편견'이란 녀석이, 어느새 또 내 옆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이러한 깨달음이 나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주리라고 확신해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