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책을 펼친 사람은 다들 놀랠것이다. 그것도 그런것이 딱 3줄로 되어 있는 하나의 문장으로 시가 이루어 져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 할지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영화, 노래 제목도 이보다 긴 것들이 많은데 달랑 세줄짜리 하나의 문장이 시라니.... 외국에서는 이 하이쿠라는 시를 강의 하는데 교수에게 시의 제목만 자꾸 나열하지 말고 시의 내용도 강의해달라고 했다고 하는 일화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면 세줄짜리 하나의 문장에 참으로 많은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냥 삼키면 꿀꺽 넘어가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오는 밥 같다고 할까? 그냥 그냥 읽으면 제목만 길게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속에 지은이가 하고 싶은말이 다 들어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많아질수록 그 무게가 가벼워 지는 신기한 물건이다.

  게다가 싱거워 지기 까지 한다. 그래서 산문으로 된 긴 시는 누구나 읽으면 이해가 가고 한번 보면 고개를 끄덕여 지지만 간결한 시는 많은 이들이 시를 해석하기 위해 고심고심을 한다. 그런데 이 하이쿠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 더이상 줄이면 말이 않될 정도까지 줄여서 보여주는 시다. 이게 무슨 시야 하고 어처구니 없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말로 번역되어 있으니 시같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엄격한 운율이 있는 정형시 인데 해석할때도 그 운율을 지킬 수 없어 그 맛이 덜 난다고 생각한다. 7-5-7의 정형화된 틀로 시들이 이루어 져 있는 원본을 보고 그 시를 이해 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 된다면 정말 짧은 시구나 하는 느낌이 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어를 못해 그 시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