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케어 -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 시공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1980년 첫 단독 저서로 《문화적 맥락에서 본 환자와 치유자Patients and Healers in the Context of Culture》를 출간했습니다. 대만에서의 질병 치료 경험과 민족지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당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책과 자료를 참고하면서 의료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을 서구에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당시의 기준이던 공중 보건 모델과는 다르게 가족과 환자 스스로의 돌봄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료에서 질병과 돌봄의 경험이 도덕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2006년의 책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What Really Matters》에서는 건강과 사회복지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이런 생각이 퍼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통과 돌봄의 경험은 삶의 위협과 불확실성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지만 질병, 위험, 의심에 대처하면서 인내력과 정신을 강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The Soul of Care》에서 나는 다시 이 주제로 돌아갔습니다. 조발성early-onset 알츠하이머를 앓다 2011년에 세상을 떠난 아내 조앤 클라인먼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을 기록했습니다. 가족 간병인이 되어 돌봄에서 관계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적으로 체험했습니다. (우리는 46년 간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서로의 곁을 지키면서 생성되는 존재감presence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가 만난)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앤과 내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배웠고 그전에는 미처 몰랐던 심오한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조앤은 떠났지만 그녀를 돌본 기억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조앤의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이례적인 종류의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이 고문과도 같은 사건은 카프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e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퇴행성 신경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망상이다. 환자는 친밀한 가족이나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들어와 있는 물리적 공간이 비현실이고 가짜라고 여기기도 한다. 조앤에게는 대체로 단발성이고 몇 시간 만에 끝나며 쉽게 잊히기도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다. 수십 년 동안 형성된 둘 사이의 유대감이 한순간에 깨진 유리 조각처럼 느껴지는 경험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나는 훈련받은 정신과 의사다. 그러니 이 상황을 다룰 기술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충격으로 몸서리치는 비참한 남편일 뿐이다. 암스테르담에서 그랬듯 아내의 섬망 증세는 이번에도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 지옥 같은 시간 동안 나는 아내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숨어서 아내의 증상이 가라앉고 대화가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조앤의 간병인이고 주 보호자다. 어떻게든 조앤과 정상적인 대화를 해보려 노력하지만 계속 거부만 당한다. 결국 나는 다른 사람인 척하며 아내에게 어떻게 도울 수 있겠냐고 묻는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특히 그 일에서 실패라는 것이 너무 쉽고 흔하다면? 의대생 시절이나 레지던트 시절, 내 최대 관심사는 유능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레지던트는 그날 내게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 주었다. 그는 일반적인 폐렴의 발병과 치료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특정한 환자가 특정한 순간에 어떻게 폐렴에 걸리는지 또 주어진 자원과 인력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한 특수성까지도 이미 꿰고 있었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가 들려주는 온몸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우리의 질병과 그 의미에 대하여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 사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응석받이로 자랐습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에게 원망을 많이 샀고, 그 애들은 제게 못되게 굴었죠. 제가 처음으로 경험한 모순은 부모님이 말씀해 주신 삶과 실제 제게 펼쳐진 삶 사이의 간극이었습니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어머니는 한 명의 독립된 여성으로서, 음악가로서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어요. 제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으셨고요. 어머니는 직업을 갖거나 돈을 벌어야 할 필요가 없었던 분이에요. 중상류층이자 특권층 집안에서 자라셨으니까요. 아버지도 비슷하셨어요.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셨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집에서 나와 독립된 삶을 사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환자와 그 가족의 설명 모델을 파악해 두는 행위는 의사가 치료 전략을 구상할 때 환자의 시각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의사 역시 자신의 설명 모델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언제 치료를 시작할지, 어떤 의사에게 어떤 치료를 받을지, 비용과 이익이 어떻게 되는지 등 보다 유용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양측의 설명 모델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갈등을 환자와 의사가 함께 조율한다면 효과적인 치료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으며, 열에 아홉은 더 공감이 되는 윤리적인 치료로 이어진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스틸 씨의 자녀들도 아빠의 질병을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큰아들은 자신의 좋지 않은 학업 성적과 학습 장애 진단으로 아빠의 병세가 심해진 것인지 걱정했다. 둘째와 셋째는 자신들이 자주 싸우는 바람에 아빠가 점점 숨쉬기 어려워한다고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단어의 현대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원설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낙인stigma’이라는 단어는 다르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낙인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표식을 가리켰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이 쓴 낙인에 관한 책은 만성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가 들려주는 온몸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우리의 질병과 그 의미에 대하여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 사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병원에서 수십 년간 정신의학 자문의로 근무한 뒤 이 책을 썼습니다. 자문의로 근무하면서?1차 진료 의사와 내과 전문의, 외과 의사와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저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사회적 맥락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깨달았을 뿐 아니라 환자의 질병 경험이 대부분 그들의 의식 밖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질병 경험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말하는 ‘무의식’ 때문에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거나 심지어 개인이 인지할 수도 없습니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만성통증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인간의 질병 경험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과정을 포함하는데, 나는 이를 우아하진 않지만 흥미로운 이름인 ‘신체화somatization’로 부를 것이다. 신체화는 생물의학적 원인이 없는데도 개인적이고 인간관계에 관련된 ‘심리적 문제’가 신체적 고통이나 내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창피 아니면 겁을 주는 상사에게 시달리며 절박한 심정으로 겨우 버티며 살다 보니 그의 따뜻하고 매력적인 성격이 그의 삶을 지배하는 가혹한 ‘자기혐오’ 안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복부 통증이 가벼이 넘길 만한 주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통증은 루돌프의 집중력을 방해하거나 그만의 고립된 세계에 침투해 그가 다시 현실을 직시하도록 했다. 게다가 통증을 매개로 그는 도시에서 유일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과 연락하며 인간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의사와 간호사이며, 현재는 통증 연구자들이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비서 일은 그녀의 직업 기준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보수도 좋지 않았지만 그녀가 독립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직장에서 대우받지 못하고 소외당한다고 느꼈다. 그녀는 에너지가 부족해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나마 가진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서실에 급여 인상이나 근무 시간 단축을 협의하는 것조차 망설였다

-알라딘 eBook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아서 클라인먼 지음, 이애리 옮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콜럼버스의 교환: 문명이 만든 질병, 질병이 만든 문명 - 문명이 만든 질병, 질병이 만든 문명
황상익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뉘른베르크 강령과 헬싱키 선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탈리도마이드 사례와 같은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의학 연구 과정의 절차와 정당성이 확립된다. 오늘날 의학 지식과 기술이 놀랍게 발전하게 된 것은 이런 윤리적인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나치나 일본군의 생체 실험을 통해서 의학이 발전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런 것들을 통해 의학이 발전한 것이라곤 거의 없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만행일 뿐으로, 연구의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은, 실험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절차의 정당성과 윤리적인 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연구 성과도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나치와 731부대의 경우가 잘 보여 준다. - <콜럼버스의 교환> 중에서

정식 명칭은 ‘노벨 생리의학상’이다. ‘생리학’과 ‘의학’ 모두를 포괄하고 있는 상이다. - <콜럼버스의 교환> 중에서

집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서양식 국립 병원이 되었으니 드라마 같은 운명이다. 그 제중원이 있었던 재동 자리에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자리잡고 있다. 헌법 재판소 건물 위치에는 외아문, 지금의 외교통상부에 해당하는 기관이 있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북쪽 뜰 위치에 홍영식의 집, 즉 제중원이 있었다. - <콜럼버스의 교환>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