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80년 첫 단독 저서로 《문화적 맥락에서 본 환자와 치유자Patients and Healers in the Context of Culture》를 출간했습니다. 대만에서의 질병 치료 경험과 민족지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당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책과 자료를 참고하면서 의료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을 서구에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당시의 기준이던 공중 보건 모델과는 다르게 가족과 환자 스스로의 돌봄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료에서 질병과 돌봄의 경험이 도덕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2006년의 책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What Really Matters》에서는 건강과 사회복지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이런 생각이 퍼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통과 돌봄의 경험은 삶의 위협과 불확실성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지만 질병, 위험, 의심에 대처하면서 인내력과 정신을 강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The Soul of Care》에서 나는 다시 이 주제로 돌아갔습니다. 조발성early-onset 알츠하이머를 앓다 2011년에 세상을 떠난 아내 조앤 클라인먼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을 기록했습니다. 가족 간병인이 되어 돌봄에서 관계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적으로 체험했습니다. (우리는 46년 간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서로의 곁을 지키면서 생성되는 존재감presence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가 만난)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앤과 내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배웠고 그전에는 미처 몰랐던 심오한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조앤은 떠났지만 그녀를 돌본 기억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조앤의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이례적인 종류의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이 고문과도 같은 사건은 카프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e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퇴행성 신경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망상이다. 환자는 친밀한 가족이나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들어와 있는 물리적 공간이 비현실이고 가짜라고 여기기도 한다. 조앤에게는 대체로 단발성이고 몇 시간 만에 끝나며 쉽게 잊히기도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다. 수십 년 동안 형성된 둘 사이의 유대감이 한순간에 깨진 유리 조각처럼 느껴지는 경험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나는 훈련받은 정신과 의사다. 그러니 이 상황을 다룰 기술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충격으로 몸서리치는 비참한 남편일 뿐이다. 암스테르담에서 그랬듯 아내의 섬망 증세는 이번에도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 지옥 같은 시간 동안 나는 아내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숨어서 아내의 증상이 가라앉고 대화가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조앤의 간병인이고 주 보호자다. 어떻게든 조앤과 정상적인 대화를 해보려 노력하지만 계속 거부만 당한다. 결국 나는 다른 사람인 척하며 아내에게 어떻게 도울 수 있겠냐고 묻는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