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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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도 한때는 나의 출생을 ‘손해’라고 느꼈을지 모른다. 내가 태어난 1980년대 초에 장애아를 기르는 일은 실로 막대한 ‘손해’였고, 이는 지금도 그렇다.

-알라딘 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중에서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서 자식은 부모의 기획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긴 시간 수많은 관계와 사건을 통과하며 부모와 만나는 독립된 존재다

-알라딘 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중에서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서 자식은 부모의 기획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긴 시간 수많은 관계와 사건을 통과하며 부모와 만나는 독립된 존재다

-알라딘 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중에서

출산과 동시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점차 한 사람의 개인으로 성장하고, 확장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축적하고 체화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부모 또한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성숙일 수도 퇴보일 수도 있지만, 부모 역시 서서히 자녀와 ‘만나가는’ 것임은 틀림없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각해볼 때 나의 어머니에게 1980년대 초반 나의 출생은 분명 ‘손해’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 내 어머니와 나의 만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알라딘 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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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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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삶wrongfullife’ 소송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생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의 한 유형이다. 대개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이 소송의 원고가 된다. 물론 어린아이가 직접 소송을 하는 것은 아니고, 부모가 아이를 대리하여 소訴를 제기한다. 즉 산부인과 의사의 실수로 장애아가 태어나 아이 자신에게(부모에게) 손해가 발생했으니 그것을 배상하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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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독감 메디컬 사이언스 2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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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대통령이 전 국민 앞에서 돼지 독감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은 승리의 장면이어야 했다. 승리를 위한 모든 요소가 거기에 있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항해 팔을 걷어붙일 수 있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들인 조나스 소크 박사와 앨버트 세이빈 박사가 포드 대통령의 옆에 서서 한마음으로 이 싸움을 축복해 주었다. 그리하여 역사상 인류를 괴롭힌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가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전례가 없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전개될 예정이었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이학 박사 학위 과정에는 나름의 요구가 있었다. 다른 모든 과학 분야의 박사 학위 과정이 그렇듯이 학위를 따려면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야 했다. 강도 높은 지적 노동을 통하여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예전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새롭고 귀중한 정보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하지만 토벤버거는 주요 학술지들과 검토자들이 벌이는 게임의 속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검토자들은 때로는 무지하고 때로는 질투심이 강하며 때로는 관련 주제에 대하여 은밀한 반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논문이 푸대접을 받자 토벤버거는 상처를 받았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조류 독감은 간혹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들을 죽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병원성이 낮았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허파 세포에 침입해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과 달리 새의 내장 세포 속에서 평화롭게 살며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조류 독감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없었다. 인간의 허파에는 조류의 내장 세포에 있는 효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킨다면 그 바이러스는 인간이 이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데이즈 단백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어떤 인간도 그런 바이러스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았다. 전 인류가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첫 번째 미스터리는 ‘이 독감이 어디서 왔을까?’이다. 이 독감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전 세계 사람들을 학살한 것처럼 보였다. 이 치명적인 독감 균주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해 주는 명백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어떤 면에서 이것은 대단한 좌절이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 1918년 독감 바이러스를 체포했다. 그러나 그들은 범인의 살인 무기가 무엇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우리가 독감에 대해 점점 오만해지는 동안, 이 흔해 빠진 질병 뒤에 숨은 새로운 전염병이 지금 이 순간에도 파괴력을 모으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음에 찾아올 대규모 유행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에 대한 더 나은 이해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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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독감 메디컬 사이언스 2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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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들은 목숨과 재산이 하루 만에 끝장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재빨리 돈을 쓰면서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전통적으로 소중하게 여겨 온 가치들은 폐기되었다. 대신에 "현재의 쾌락과 쾌락을 가져오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유용한 가치가 되었다." 무법천지가 찾아왔다. "신들이나 인간의 법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을 속박할 수는 없었다."라고 투키디데스는 썼다. "신들을 숭배하든 하지 않든 모두가 똑같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았는데 신들을 숭배할 이유가 어디에 있냐고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죄를 지어도 법정에 불려갈 만큼 오래 살지도 못할 텐데 법을 지켜야 할 이유가 있냐고도 했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전염병이 쥐벼룩에 의해서만 전파된다면 그토록 맹위를 떨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단 세균이 사람을 감염시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전파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염병균은 허파를 감염시켜 폐렴을 일으키기 때문에 병자들은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사람들을 감염시켰다. 감염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도리가 없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콜레라에 대한 승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많은 질병이 미생물에서 기인하며 질병의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서구 사회는 변모했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완전한 변화를 이루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상수도 공급을 청결하게 하거나 지금은 기본이 된 위생 교육들, 파리가 음식에 앉지 못하게 하고 요리를 할 때는 손을 씻고 아기에게 맥주가 아니라 우유를 주고 환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등,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들을 강조하는 공중위생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살인적인 전염병들이 줄어들고 심지어 사라지는 듯 보이기도 했다. 치명적인 전염병은 과거사가 된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딕스 기지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퍼지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새해가 지나자 수천 명의 신병들이 입소했다. 그리고 신병들의 훈련 교관이 될 상사들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막 귀대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남자들이 함께 섞여서 공동생활을 하는 그곳은 마치 바이러스를 위한 커다란 배양기 같았다. 그런 곳에서 호흡기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일 것이다. 병사들을 아프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이든 특별히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고 그것이 바로 질병의 원인이 아데노 바이러스라고 추측하게 만든 또 다른 이유였다

-알라딘 eBook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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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 살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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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정신이 강한 헌터는 더러 끔찍한 일화를 남겼으나 그로 인해 외과의학은 떠돌이 이발사의 짧은 경험과 기술이 아닌 명실상부한 과학의 대열에 끼게 되었다. 실험을 통한 관찰과 경험에서 귀납법으로 추론한 몸의 진실이 바로 외과의학의 기반이 된 것이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헌터에게 몸은 거대한 실험실이며 다양한 부품으로 이루어진 생물학 기계였다. 베살리우스와 하비와 모르가니도 몸을 열어젖혔지만 헌터처럼 교환 가능한 부분들의 집합으로 보지는 못했다. 헌터에 의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의 흐름이 외과의학에서 만나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이후 가스 흡입을 통한 전신마취는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은 아무리 큰 수술도 초창기 흡입마취의 위험과 불쾌감 없이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육체의 통증은 싸워서 없애야 할 대상이라는 데 대해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무척 중요한 신학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출산에 따른 고통을 없애기 위해 클로로포름을 흡입해도 되는지에 관한 논쟁이 오갔다. 이 논쟁은 1853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레오폴드 왕자를 낳을 때 마취제를 흡입함으로써 일단락된다. 신학과 철학의 논쟁이 한 유력인사의 고통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이로써 출산에 따른 고통은 원죄를 저지른 데 대한 대가라는 기독교에 바탕을 둔 사유의 전통이 무너지고, 인간의 고통은 다양한 삶의 실존 맥락을 잃게 된다. 고통은 그저 신경섬유에 대한 자극이며 어떤 인간다운 의미도 없는 하나의 스캔들일 뿐이다. 마취제의 발명으로 우리는 무척 복잡한 수술도 아무 고통 없이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의 몸은 삶의 뜻과 맥락을 상실하고 물질로 이루어진 욕망의 덩어리로 변해갔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그 이유는 산욕열로 죽은 산모를 해부한 다음 손도 씻지 않은 채 바로 살아있는 산모를 진찰하는 의사들의 관행에 있다고 주장한다. 산파는 안전하고 의사는 위험하다? 이 생각은 당시 의학의 중심이던 빈 종합병원과 의사의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이후 그는 철저히 소외당하고 무시당한다. 1847년부터 1년 동안, 부검이 끝난 의사에게 반드시 염소용액으로 손을 씻도록 한 결과 사망률이 18.3%에서 1.2%로 급락했다는 사실을 발표했지만 주류 의사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제멜바이스는 이 발견으로 인정을 받고 승진을 하기는커녕 빈 종합병원에서 쫓겨나 고향으로 돌아가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한다.
의학사에서 이 일은 과학에 따른 발견의 우연성과 새로운 발견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주류사회의 보수성, 그리고 경험이 이론에 앞선다는 일반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유전자에 대한 이런 생각은 사람의 몸이 유구한 세월동안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으며 그 결과 가장 적합한 형질만 살아남았다는 진화론의 사유양식과 겹쳐지면서 그 폭력성을 드러낸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논리는 유전 또는 사회에서 약한 자는 도태되어 마땅하다는 논리로 비약한다. 그래서 1930년대에는 세계 각국에서 우생학優生學(eugenics)과 유전위생遺傳衛生에 관한 법을 만들어 많은 유전병 환자, 정신질환자, 술꾼, 노숙자, 동성애자, 노동회피자 등 유전자가 열등해 보이는 사람들은 단종 수술을 받거나 살해당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장 우수한 형질만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사례가 나치가 저지른 학살극이지만, 사실 이 운동을 앞장서 이끈 나라는 나치의 반인륜 행위를 응징한 미국이다. 20세기 초, 우생학은 나치의 만행을 기점으로 지탄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우리 몸과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모두 어떤 사회관계의 소산이다. 몸에서 사회로 열린 문을 걸어 잠가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와 관계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 의학은 어떻게 몸을 바라보았나 - 살림지식총서 274> (강신익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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