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진우맘님(이하 님 생략)의 서재에 비치된 심리검사를 의뢰한다. 그러면 진우맘은 검사결과를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그걸 쓰는데만 한사람당 20-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진우맘은 말한다. "떠오르는 서재 중 내 심리검사 안받은 사람 나와보라 그래"
떠오르는 서재는 아니지만, 나도 진우맘의 서재에서 심리검사를 받았고, 그 이후부터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즐겨 분석하는 진우맘님(이하 님 진짜로 생략)을 한번 분석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진우맘님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써봤고, 그걸 여기다 올린다.
내가 그런 것처럼, 진우맘도 알라딘 서재에 목을 매셨다. 그래서 진우맘의 서재는 서재지수 10위, 마이리뷰.마이리스트 톱50, 마이페이퍼 톱10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의 서재는 하루 50-100명이 찾는 인기서재다. 342개에 달하는 마이리뷰가 말해주듯, 진우맘은 한창 때 책을 무진장 많이 읽었다. 그당시 진우맘은 한달에 평균 40개 정도의 마이리뷰를 써 2만원어치씩 상품권을 받았다는데, 2002년 1월에 쓴 마이리뷰를 세어보니 무려 77편에 달한다. 이쯤되면 "인간이냐?"는 탄식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최근들어서 진우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왜? 어느날 갑자기 생긴 마이페이퍼 때문이다. 마이페이퍼가 생긴 후 진우맘은 모든 신경을 그쪽으로만 쓰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진우맘은 톱10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걸 진우맘은 "책을 못읽게 하려는 알라딘의 음모"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책을 덜읽으면 마이리뷰 10편당 하나씩 지급되는 상품권을 덜줘도 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우맘. 예진과 연우의 엄마란 뜻이다. 두 아이의 엄마, 그래서 난 진우맘이 30대 중반쯤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엊그제 알았다. 그는 놀랍게도 방년 29세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다음 코멘트를 보자.
[전 중학교가 남녀공학인데다가 중 3담임 선생님이 남녀짝꿍까지 시켜줘서 아직까지 남자인 죽마고우들이 몇 있습니다만은, 이 녀석들...좀 더 키워야할 것 같습니다. 남자 나이 스물 아홉, 서른이면 이제 짝 만나서 결혼할 생각에 바쁠 나이잖아요. 대화의 수준이 보장이 안 됩니다. 게다가 이태백(아시죠? 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라서, 맨날 술 값은 제가 덤탱이를 쓰지요. -.-]
독서의 달인인 진우맘과 대화의 수준이 안되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술값까지 덤터기를 씌우다니, 좀 멀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우맘이 자신의 사진을 띄운 적은 아직 없지만, 아이들의 얼굴로 유추해 볼 때 영화배우 정선경을 닮았을 것 같다!!! (이것도 맞나요?)
난 여자의 결혼은 모든 낭만을 포기하고 삶이라는 굴레로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자아실현? 결혼하면 끝이다. 하지만 진우맘을 보면서 난 그게 편견이었음을 알게된다. 마이페이퍼에 올라온 글들로 보건대 진우맘의 삶은 너무도 유쾌하고, 운치가 있다. 두 아이의 엄마가 저런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니, 진작에 진우맘을 만났더라면, 베티 프리단이 <여성의 신비>같은 책을 안쓰지 않았을까? 다음 글을 보자.
[제목: 컴 앞으로 오는, 멀고도 험한 길
1차 관문...도련님의 출퇴근 시간. 우리 집 컴은 도련님이 산 거다...도련님이 야근 나간 저녁이라던가, 놀러 나간 낮, 혹은 퇴근 전의 새벽...그런 시간을 교묘히 뚫어야 한다.
2차 관문...강적, 조예진. 원조 엄마 중독 예진. "놀아줘~"의 대가이다. 이런 그녀를 물리치고 컴 앞에 앉기는 매우 힘들다...3차 관문...그다지 강적은 아니지만, 신경쓰이는 조연우...]
그렇다. 진우맘은 이런 관문을 뚫고 그토록 많은 글을 써온 거다. 진우맘의 페이퍼를 읽으며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잊는 나같은 사람들이 보기엔, 돈을 얼마씩 내서 초고속 컴퓨터를 사서 기증하고, 교대로 예진이와 놀아주기, 뭐 이런 이벤트를 벌이면서 진우맘의 글쓰기를 돕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라. 다음은 진우맘이 글을 남긴 시각이다.
-나는 알라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추천: 1 I 2004-02-01 03:52 (추천은 방금 내가 했다. '0'이면 좀 그렇잖아?)
-황금같은 시간이 끝나간다... 추천: 0 I 2004-02-05 01:39
급기야는 이런 멘트도 볼 수 있다. "큰일이다. 곧 알라딘 정기점검 시간인데..."(나도 엊그제 알았는데, 알라딘은 새벽 5-6시에 점검을 한다)
그러니까 진우맘은 이렇게 온몸을 던져가며 톱10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는 글을 보니 좋긴 하지만, 저러다 건강이 상하면 어쩌나 걱정이 슬그머니 된다. 진우맘님, 쉬엄쉬엄 하세요!
애엄마는 사실 바쁜 존재다. 다음 글을 보자. [연우는 지금...책을...먹고 있습니다. 책이 마음의 양식 뿐 아니라 몸의 양식도 된다고 생각하는건지... 연우는 양띠인데, 아무래도 자기가 염소띠라고 생각하나봐요. 온갖 종류의 종이를 씹는 것을 매우매우 좋아한답니다. 책 씹기에 지쳤는지 새로운 놀이를 찾아냈습니다. 엄마 노예놀이? 들고 있던 책을 일부러 떨어뜨리고는 주워달라며 좋아하네요...] 애가 커감에 따라 엄마는 점점 시간이 없어진다.
[원래 저는 속독, 탐독, 폭독을 일삼는 활자중독자였습니다. 화장실에서는 락스통이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제 사전에 구입하고도 못 읽은 책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러/나... 진/우의 엄마가 된 지금은 하루가 온전히 제 것이 아니네요]
거기다 페이퍼까지 쓰려니, 점점 책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진우맘은 만화를 보기 시작한다. 책을 좀 읽는 사람들 중에는 만화를 폄하하는 사람이 참 많다. <느낌표>의 MC가 그러다 항의를 받은 것처럼, 우리에겐 만화에 대한 이상한 편견이 있다. 좋은 만화 한편은 보통 책 열권보다 훨씬 나은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진우맘은 그런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
[아영맘에게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래, 호흡이 긴 책이 소화가 안 될 상황이면 좋은 판타지나 만화라도 보자!]
최근 그의 페이퍼를 보면, H2라는 만화에 대한 멋진 감상문이 연재되고 있다. 그렇다고 진우맘이 완전히 책을 떠났을까? 물론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다섯권의 리뷰를 썼고, 12월엔 열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라도 책을 읽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책을 읽는 목적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쓰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일상 얘기도 진우맘의 손을 거치면 참으로 재미있고 유쾌한 한편의 서사시가 되어 버리니까. 요즘 한가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열심히 서재를 가꾸는 진우맘을 보면서 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꿈과 사랑과 용기를 얻는다. 지난번 알라딘마을 잔치에서 아차상에 그치긴 했지만, 그의 서재는 내 마음 속의 베스트서재다. 진우맘의 서재가 더 발전하기를 빌어본다. 훌륭한 엄마 밑에서 크는 예진이와 연우가 얼마나 멋진 인격체로 자랄지를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 원래 이런 리뷰는 그가 쓴 모든 글을 읽고 써야 하지만, 몇편만 읽고 써서 매우 부실한 분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