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휴대폰(발신용)은 늘 폴더가 열려 있다. 할머니는 매번 “먼지 들어가겠다. 닫어라”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 각도로 고정이 되어 버렸기 때문. 발단은 사소했다. 사우나를 하면서 옷을 갈아입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린 것. 떨어뜨린 게 어디 한두번이겠냐만은, 그 낙하는 충격이 좀 컸는지 폴더 연결 부위가 덜렁덜렁해졌다. 초강력 본드를 사서 발랐다. 하지만 그 부위는 점점 벌어졌고, 참다못한 난 본드의 4분의 1 가량을 휴대폰에 쏟아 부었다. 내 휴대폰은 그렇게 고정되었다.
물론 불편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휴대폰이 열린 상태니 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고, 가방에 넣었다간 부러지기 십상이다. 그저 목에 매달고 있을 수밖에. 게다가 열린 각도가 전화를 받기에 좋은 상태가 아니라, 전화하기도 불편하다. 언젠가 중국집에 휴대폰을 두고 왔는데, 찾으러 갔더니 종업원이 걱정스럽게 말한다.
“휴대폰이 안닫혀요...”
참다못해 LG A/S 센터에 갔다. 간만에 간 LG 센터는 겁나게 친절했다. 미녀가 어서 오라는 인사와 더불어 “더우셨죠?”라며 시원한 녹차를 준다. 순간 생각했다. 아, LG가 서비스를 삼성 수준으로 하려나보다!
직원이 말한다.
“이런 상태로 불편해서 어떻게 쓰셨어요?”
그래서 여기 온거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언제쯤 될까요?”
“케이스만 갈아끼우면 되니까... 토요일 정도면 될 거예요 제가 전화 드릴께요.”
토요일은 내가 바빴기에, 월요일쯤 오면 되겠냐고 했더니 될 거란다. 월요일 9시, 출근을 미루고 LG 센터에 갔다. 예의 그 미녀가 어서 오라는 인사와 함께 시원한 녹차를 준다. 난 다시 직원 앞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였다. 먼저번과 다른 직원이다.
“본드를 왜 이렇게 많이 칠했어요. 이거 힘들 것 같은데..”
갑자기 짜증이 몰려온다.
“다른 분이 오늘 오라고 했어요. 저기 끝에 있는 분이요.”
그는 그 사람을 불렀다.
“부품이 아직 안왔어요.”
이런 말을 하면서 미안한 표정 같은 건 없다.
나: 토요일에 된다고 했잖아요?
직원: 그때쯤 될 거라고 했지 제가 언제 된다고 했어요? 오늘은 그냥 가시고, 저희가 전화 드릴께요.
나: 그럼 화요일 저녁은 확실히 되나요?
직원: 그거야 모르죠. 전화 드릴께요.
내가 나올 때 미녀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미녀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 친절이 짜증을 더 돋운다. 그럴 시간에 나가서 부품이나 가져오면 어떨까? 진정한 A/S는 미녀의 인사나 시원한 녹차에 있는 게 아니라, 맡긴 물건을 최대한 빨리 고쳐주는 것이리라. 화요일 오전, 여전히 LG로부터 전화는 걸려오지 않고 있다. LG가 삼성 서비스센터로부터 배운 건 녹차밖에 없다.
* 단말기 보상으로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새 휴대폰을 사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다. 연체 없이 2년간 썼으니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 LG 직원의 얼굴(면상이라고 쓰고 싶다)을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