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골프를 보기 시작한 건 타이거 우즈가 데뷔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는 내게 골프가 얼마나 재미있는 운동인지를 가르쳐 줬지만, 내가 그에게서 받은 것보다 그가 내게서 받은 게 훨씬 더 많다. 그렇다. 우리나라 선수들을 제외하고, 그는 내가 손가락을 모아 빔을 쏴주는 유일한 외국인이다. 올해로 만 30세의 나이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1차례의 메이져대회 우승은 그의 천재성을 말해주는 징표이긴 하지만, 내 도움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잘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초능력 협회 회원들의 견해다.
일례를 들어보자. 내가 강원도에서 돌아온 어제, 타이거 우즈는 2위 그룹과 1타 차이로 불안하게 첫 번째 홀을 시작했다. 그와 한조를 이룬 사람은 역시 천재로 추앙받아온 가르시아, 여느 모로 보나 그는 타이거의 우승에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었다. 가르시아가 샷을 할 때마다 난 손가락을 모아 빔을 날렸다. 그의 짧은 거리 퍼팅은 번번이 홀컵을 빗나갔고, 전반 9홀이 끝날 때쯤에는 완전히 우승권에서 멀어져 있었다(내가 더 이상 가르시아를 신경쓰지 않자 그는 뒤늦게 제 실력을 발휘, 5위로 경기를 마친다). 역시 위협적이었던 어니 엘스 역시 내 빔의 희생양이었다. 다만 ‘사이코 그립’으로 유명한 크리스 디마르코는 내 빔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제 실력을 냈으며, 결국 두 타 차이로 2위를 차지한다 (이 선수에 대해서는 나도 연구를 더 해야겠다).
사정이 이와 같은지라 언론 보도를 보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타이거는 메이져대회에서 단 한번도 역전을 당하지 않는다느니, 타이거의 카리스마에 같이 경기를 펼친 선수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풀에 나가떨어진다느니.... 왜 그들은 초자연적인 빔의 가능성을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타이거를 돕는 강력한 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라고 쓰면 안되는 건지.
아무튼 난 타이거에게 서운하다.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하면 우리나라의 골프 팬들이 즐거워하지만, 타이거가 우승하면 내가 도대체 무슨 득이 있는가. 그래서 그에게 이렇게 요구하는 바다.
“타이거, 당신은 이번 대회 우승 상금으로 1백34만8천4백80달러를 받았다. 그 중 134만달러는 당신이 갖고, 우수리만 날 줘라. 당신에게 있어서 8천4백달러가 뭐 그리 의미 있는가. 이번 뿐 아니라 앞으로도 쭉 그렇게 해달라. 물론 타이거 당신에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내가 우수리만을 요구하다는 청렴성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돈만 달라는 데 반해 난 내가 애쓴 것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달라는 것이다. 설사 내 초능력이 별 도움이 안되었다 해도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빔을 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감동적이지 않는가?”
이걸 우즈에게 보내려고 영어 번역을 하고 있는데, 우즈가 메일을 받고 8천달러를 보낼 것 같지 않아 마지막에 이 말을 추가하련다.
“Live with your conscience!(양심껏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