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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이야기
조혜련 지음 / 엔터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 품절이군요...
책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책 할인 행사가 있으면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이 책은 아마도 5호선 열차로 갈아타는 신길 역에서 산 것 같다. 싸게 사서 저만치 미뤄뒀었는데, 우연히 집어들고 읽었더니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안봤던 영화들을 보고 싶게 만들어주고-그래서 난 교보 앞에 가서 ‘카사블랑카’의 DVD를 샀다-이미 본 영화들을 재발견하게 해주니, 제 값을 지불했다 해도 ‘좋은 책’이라 할만하다. 나온 지가 십년은 된 책이지만 워낙 화제가 된 영화들만 수록되어 있고, 줄거리와 더불어 그 뒷얘기를 얘기해 주는지라 순식간에 볼 수 있었다.
<대부2>에 얽힌 얘기. “말론 브랜도가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브랜도를 닮았다는 이유로 로버트 드 니로가 발탁되었다. 당시 드 니로는...우스꽝스럽고 약해빠진 단역만을 해온 젊은 배우 정도로 평가받고 있었을 뿐이었다.(106쪽)”
연기의 화신 드 니로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상상이 안간다.
<에일리언 2>를 찍은 속편의 제왕 제임스 카메론의 전략, “해병대가 냉동 수면에서 깨어나 서로 잡담을 주고받고...하는 광경이 너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던가? 영리하게도 감독은 이 장면을 맨 마지막에 찍었다고 한다. 배우들은 몇 달 동안의 촬영 덕분에 정말 친해져 있었고, 당연히 자연스런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158쪽).”
이런 얘기가 책 전편에 걸쳐 펼쳐지니 당연히 재미있다.
오래된 책을 보는 보람은 책의 예측이 맞았는지 알 수 있다는 데 있다. “1996년 3월까지 들려온 소문은 시고니 위버가 <에일리언 4<에 나오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잠깐 들려온 소문, 프레데터 대 에일리언의 시나리오가 검토되기도 했으나 폐기되었다고 한다.(169쪽).”
에일리언은 4가 결국 나왔고, 그것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5가 만들어졌는데, 그게 바로 폐기되었다는 그 시나리오다. 하여간 헐리우드 애들은 우려먹는 데는 거의 천재적이지만, 쇠고기 국물이 그런 것처럼 너무 많이 우려먹으면 제대로 된 게 나오지 않는다.
“한동안 뜸했던 그(제임스 카메론)가 최근 다시 한 번 해양을 무대로 하는 <타이타닉>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그런데 카메론은 이 영화가 의외로 눈물을 펑펑 쏟는 러브 스토리라고 말한다. 제임스 카메론이 러브스토리를 시도하다니, 도대체 어찌 된 셈인지 알 수가 없다(177쪽).”
우리가 알다시피 <타이타닉>은 희대의 러브 스토리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렇듯 예상을 뛰어넘는 감독이니 내가 존경할 수밖에.
영화팬을 자처하는 나지만 꼭 봐야 할 걸 안본 게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카사블랑카>를 비롯한 흑백명화들을 이상한 고집을 부려가며 안봤고, 타란티노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저수지의 개들>도 안봤다 (내가 본 그의 작품은 <킬빌>이 유일하다). <전함 포텐킨><시민 케인>같은 거야 못봤다 쳐도, 이런 전력이 내가 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영화 리뷰를 못쓰는 이유가 아닐까. 대체 그동안 뻔질나게 극장을 드나들면서 뭘 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