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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미학 - 서양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미와 교코.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성의 미학’은 첫 번째 그림부터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필 쿠르베의 ‘세계의 근원’이 맨 처음 나올 게 뭐람? 지하철에서 그 책을 보던 난 잽싸게 책을 덮고 주위를 둘러봐야 했다. 그런 그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그 후에 나온 그림들도 그리 만만하진 않았다. 열심히 보다 보면 옆자리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곤 했으니까. 피부색이 가득한 그림은 언제 어디서나 시선을 끈다.
진중권의 책들은 언제나 내게 즐거움을 주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첫 번째 즐거움은 교양의 습득. 그림을 보면서 신화와 성경에 대해 알게 되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 레다라는 여자랑 했고, 다나에랑 할 땐 ‘비’-가수 비가 아니라-로 변했다는 걸 당신은 아는가? 난 안다. 두 번째 즐거움은 균형 잡힌 시각. ‘팜므 파탈’이 대두한 배경을 진중권은 이렇게 설명한다. “19세기 말은 여성해방운동이 주요한 사회 현상으로 대두한 시기였다..그 시절 남성들이 느꼈던 사회적 거세공포를 구현한 형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진중권은 덧붙인다. “...여성들이 누리는 권리는 아직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니 그 아득한 100년 전에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 얼마나 냈겠는가?...다분히 과장된 공포에 엄살을 떠는 남자들의 호들갑이란.(230쪽)”
세 번째 즐거움은 유머다. 진중권의 등장에 내가 환호한 이유가 뛰어난 해학과 풍자였는데, 그의 유머는 이 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폴론은 늘 연인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연인이 죽으면 방정맞을 정도로 요란하게 슬퍼하면서 그를 식물로 환생하게 한다. 아폴론의 애정행각이 없었다면 오늘날 식물도감은 매우 빈약할 뻔했다(245쪽).”
신화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퀴즈와 함께 허접한 리뷰를 마무리하자.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자기 딸이 낳은 자식에게 살해당한다는 예언을 듣고는 자기 딸 다나에를 탑 속에 유폐시킨다. 하지만 제우스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로 변해서 그녀랑 한다. 자, 그럼 문제. 그래서 태어난 영웅은 누구일까? 참고로 그는 예언대로 원반던지기에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메두사를 물리치기도 한다. 다 맞출까봐 상품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