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에 비해 요즘 애들의 키가 커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왜 키가 커졌을까가 난 늘 궁금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영양 섭취를 잘해서 그렇단다. 과연 그럴까? 그런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닐 터였다. <혼혈 파워>라는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결혼하는 남녀의 유전자가 다르면 다를수록 아이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뛰어나진다는 게 그 책의 핵심. 미국의 흑인들이 서아프리카의 흑인보다 운동 능력이 월등한 것도 그런 이유란다.
하지만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 사는 우리나라 애들의 키는 왜 커지는가? 문명의 발달, 그게 해답이다. 과거만 해도 제주도에 사는 사람은 동네 사람과 결혼할 확률이 높았다. 그의 부모들, 그리고 그 부모들의 부모도 그랬다. 즉, 제주도에서는 대체로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했다. 그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게 문명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한 동네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거기서 평생을 머무르는 일이 드물어졌다. 즉 제주도 출신이 강원도 출신과 만나 결혼을 할 수가 있게 되었고, 그 둘의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유전자의 차이도 클 터, 거기서 태어나는 애는 부모보다 더 큰 몸을 가지고 태어나는 거다. 순종 개가 작고 잡종 개는 몸이 큰 것처럼. 오랫동안 품어온 의문이 풀리니 시원해진다.
주변 사람들이 죄다 개혁성향 아니면 좌파인 나, 최근 그들로부터 이회창에 대한 욕을 들어본 적이 드물다. 강금실이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욕을 먹기 시작한 것처럼, 그들의 관심은 박근혜와 이명박에게 향해 있을 뿐, 정계를 떠난 사람에게 관심을 둘 이유는 없다. 이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학교 앞 편의점에서 발견한 이 책은 놀라움 그 자체다. 김대중의 정계은퇴를 대통령에서 물러난 2003년 2월로 잡는다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6년 3월에 이런 책이 나왔다는 건 조갑제 기자가 얼마나 끈질기고 기자정신에 투철한지를 잘 보여 준다. 대충 훑어본 결과 내용은 안봐도 비디오였다. 김대중은 빨갱이라는 거. 한번 빨갱이는 영원한 빨갱이며, 빨갱이는 아무리 은퇴를 했더라도 끝까지 파헤쳐야 할 대상이라는 거. 저자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2000년 6월 15일 이후 김대중씨는 나에게 인터뷰 대상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되었다. 기자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정치인의 생명은 끝난다. 김대중씨의 言行은 지금도 다른 기자들에게는 기사꺼리가 되고 있고 그의 정치적 생명력은 여전하다. 그가 어떤 惡行을 해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이 建在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김대중씨는 왜 사는 것일까. 그의 인생의 목적과 보람은 무엇일까?]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이다. 조갑제씨는 왜 사는 것일까. 그의 인생의 목적과 보람이 뭔지 궁금해진다. 만약 북한이 동독처럼 몰락한다면 북한에 대한 위협을 주입하는 걸 취미로 살아온 조갑제는 어떻게 살아갈까? 이 책의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1,620인 걸로 보아 이런 책을 읽으며 흥분을 느끼는 사람이 아직도 있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