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하동에서 미이라가 발견되었다. 어찌어찌 하다 미이라 팀에 소속된 탓에 그 미이라의 운반을 책임지게 되었고, 부원장에게 부탁한 결과 흔쾌히 승낙을 받아냈다. 운반된 미이라는 할머니로 17세기 경으로 추정된단다. 지난번 다섯 살배기 미이라보다 보존 상태는 좋지 않지만, 다각도의 연구가 이루어질 것 같다.




앰뷸런스를 지원해 준 게 고마워 부원장에게 호두과자를 사가지고 갔다. 그때가 어제 다섯시 쯤, 하지만 부원장실은 굳게 닫혀 있었다. 시간이 시간이니 퇴근은 말이 안되고, 맞은편 병원장실 역시 같은 상태였다는 걸 수상하게 생각했어야 했지만, 어벙하기로 이름난 나는 다음날 다시 가기로 하고 방으로 왔다. 하루가 지난 호두과자를 다시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걸 가방에 챙겨 넣었고, 밤 10시 쯤 집에 가서 주무시는 할머니를 깨운 뒤 호두과자를 내밀었다. 할머니는, “자다가 이게 웬 떡이냐?”며 호두과자를 맛있게 드신다.

“원래 호두과자는 천안이 명물이죠.”

할머니는 호두과자 세 개를 맛있게 드셨다.

“배 불러서 못먹겠다.”

그때 전화를 막 끊은 어머니가 나오셨다.

“어머나 이게 웬 호두과자냐?”

어머니는 연방 맛있다면서 호두과자 여섯 개를 단숨에 드셨다. 부원장에게 드리지 못했을 때는 사실 속상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할머니가 이렇게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부원장님이 안계신 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녁도 많이 먹은 상태에서 내가 네 개나 먹은 건 옥의 티.




다음날인 오늘, 난 호두과자 대신 꽃집에 가서 산세베리아를 찾았다. 최근에 안철수 연구소에서 USB를 샀더니 산세베리아 화분이 서비스로 배달되어 왔는데, 어머니가 그 꽃이 “공기 정화 기능이 있다.”고 좋아하시던 게 생각나서였다. 그럴 듯한 건 2만5천원이나 되었고, 폼이 나는 큰 건 3만8천원이란다. 파산을 한 게 엊그제라 고민을 좀 하다가 2만5천원짜리를 샀다.

“병원에서 오신 분이니 2만2천원 해드릴께요.”

그 꽃을 가지고 부원장실에 전해 드렸다. 예상대로 부원장실은 이전을 했고, 이전의 후유증인지 큼지막한 화분이 여러 개 놓여 있다. 꽃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드린 화분은 잘 보이지도 않지만, 산세베리아는 내 것이 유일하다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든다. 그냥 호두과자를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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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으로 밀어붙이세요^^

ceylontea 2006-04-1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두과자 먹고 싶네요.. ^^

paviana 2006-04-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두과자만 보여요.천안명물이라는데....

마태우스 2006-04-1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제가 님한테 호두과자 한번도 안사드렸나요? 저런....
따우님/그죠? 발전이란 건 말이죠 이렇듯 갑자기 찾아옵니다. 음하하핫.
실론티님/언제 한번 호두과자 파티라도 해요 님한텐 제가 빚이 좀 있잖아요
만두님/그래 볼까요?^^

ceylontea 2006-04-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빚? 머가 있징?
기억이 안나지만.. 있다 하시니.. 빨리 갚아주세요... ㅋㅋ ^^

마태우스 2006-04-1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그때 거하게 밥 얻어먹고... 보답을 아직 못했잖아요^^

ceylontea 2006-04-1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이 무엇이 빚이라고... 더 많은 것을 마태님한테서 받았는데요.. ^^ 그 정도야 얼마든지 또 대접해드릴 수 있어염.. ^^ 또 오세염... ^^

Mephistopheles 2006-04-1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줘도 되는 방법은 없는가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페이퍼군요....

하늘바람 2006-04-1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글에 대한 댓글을 달려는데 메피스토님이 웃겨서 호호 참으로^^ 혼자 웃다가 정신 차리고요. 으흠, 산세베리아 정말 좋아요. 습도계가 있는데 밤이 되면 정말 산세베리아가 습도를 조절해 주더군요. 습도게로 확인하고서야 알았죠. 호두과는 먹음 없어지잖아요? 아 그런데 먹음 없어지는 호두과자 탐나라

해적오리 2006-04-1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냉동실에 호두과자 있는데 주말에 렌지에 돌려서 먹어야겠어요.
지금 먹긴 넘 야심하군요.

로드무비 2006-04-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호두과자와 산세베리아 두 개 다 탐납니다.=3=3

마태우스 2006-04-1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호두과자는 역시 천안이지요. 드셔보시면 산세베리아 생각이 안날 겁니다
해적님/무슨 말씀이세요. 호두과자는 원래 11시 -1시 사이에 드시는 겁니다!
하늘님/먹음 없어져도 그 맛은 일주일 갑니다^^
메피님/호호 역쉬 님의 유머감각은...
실론티님/잘 드셨다니 저두 기쁩니다^^

보물창고 2006-04-1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얻어 멌었어요.. ^^
실론티님이 10개 주고 가셨음..
정말 맛있어서 혼자 먹고 싶었으나.. 그 얻은 10알을 10명과 나눠 먹었어요..
꼭.. 사이비 종교 전파 하는 거 같지 않으세요?

마태우스 2006-04-1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깡지님/안녕하세요? 열개를 열명과...정말 아름다운 마음씨입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네요^^

실비 2006-04-1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세베리아 조금더 싸게 해달라고 밀어 붙이지 그러셨어요..
산세베리아는 많이들 알려져서 다들 효능있다고 다 아실거여요 위에 사진 보니 색깔이 뚜렷한게 물건이 좋네요^^

마태우스 2006-04-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효능이 정말 있는 거겠지요? 원래 식물은 다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놓는다는데 산세베리아는 더더욱 좋은가봐요. 참, 님은 꽃 전문가시군요!! 깜빡 했어요.

실비 2006-04-16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세베리아도 좋긴 좋지만 잎이 풍성할수록 좋답니다. 티비에서 산세베리아를 하도 홍보해서 다들 산세베리아만 공기청정에서 좋은줄 아는것 같아요..
모든나무가 다 좋구요. 잎이 풍성하고 많을수록 더 좋다는 사실^^

인터라겐 2006-04-1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두과자는 학화와 태극당이 양대 산맥이지만 전 태극당 호두과자가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