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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ㅣ 알베르 카뮈 전집 4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난 뒤였으니, 아마도 98년 겨울쯤일 거다. 그때 난 신촌문고에서 할인판매를 하던 까뮈 전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대표작 <이방인>을 읽어본 것만으로 그가 얼마나 어려운 책을 쓰는 작가인지 알고 있던 터라, 대략 50% 가격에 판매를 함에도 선뜻 구입하지 못했다. 십분간 그 책들을 노려보던 나는 “책을 더 읽고, 내공을 기른 다음에 까뮈에 도전하자.”는 걸로 결론을 내렸고, 모르긴 해도 책 살 돈만큼 술을 마시고 기분좋게 잤을 것이다.
세상 일이란 게 다 그렇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내공이 길러지는 건 아니었다. “3년간 하프마라톤을 나간 뒤 풀코스에 도전하자.”는 결심이 결국 지켜지지 않았던 게 풀코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듯,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도 까뮈는 내게 어렵기만 한 작가다. 마음은 있는데 자신이 없어할 때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법, 알라딘서 알고지내던 쥴님은 <시지프의 신화>를 포함한 까뮈 책 두권을 내게 선물해 줬고, 난 그 책을 두달간 머리맡에 두고 자면서 친근감을 키운 끝에 그 중 한권을 다 읽는 쾌거를 이루었다.
까뮈의 에세이인 <시지프의 신화>는 그가 늘 강조하던 부조리에 관한 내용이다. 소설도 어렵지만 에세이는 더 어려운 탓에 난 빨간펜으로 줄을 벅벅 그으면서 사투를 벌였는데, 그 결과 남들에게 설명해 줄 만큼은 못되지만 부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렴풋이 감을 잡았다. 한 두세번 더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보름간 힘들었던 기억이 다시금 이 책을 드는 걸 방해하고, “앞으로 읽을 책도 쌓여 있잖아!”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시지프와의 짧은 만남을 끝내기로 했다. 언제 읽어도 어려운 책이니 패기가 넘치던 젊은 시절에 읽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8년 전에 책을 안사길 잘 한 것이, 그때 나온 책은 분명히 김화영 교수의 번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와중에도 꾸준히 진도를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물론 쥴님에 대한 애정 덕분이지만, 김교수의 정확한 번역과 친절한 각주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48세의 짧은 삶을 사는 동안 노벨문학상도 받고 16권으로 묶일만큼의 책을 써낸 까뮈,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면 한권을 읽은 지금, 50% 쯤은 까뮈를 알게 된 셈이다. 열다섯권을 마저 읽는다면 나머지 50%도 알 수 있을까? 까뮈의 세계로 날 인도해 준 쥴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