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클럽'에는 솔로부대 유대장이라는 코너가 있다. 가끔씩 그의 말을 듣다보면 웃음과 더불어 공감도 하게 되는데, 어제는 이런 말을 했다.
"솔로들의 좋은 점이 뭐냐. 휴일날 하루 종일 퍼질러 자도 아무도 뭐라 안그래."
그렇다. 휴일날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솔로의 특권이 아닐까.

이번 일요일, 아침에 운동을 다녀온 걸 제외하면 난 정말 하루종일 쉬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퍼져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지 한달, 하루를 그렇게 쉬고 나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일요일이 그렇게 지나갈 무렵, 갑자기 '청연'이 보고 싶어졌다. 스페인 미녀가 그 영화를 재미있다고 한 게 생각났기 때문. 난 인터넷으로 상영시각을 알아봤고, 하고픈 걸 다 할 수 있는 솔로의 특성을 살려 극장으로 달려갔다. 아니 달려가려 했다.
"어디 가냐?"
어머님이 물으신다.
"영화보고 오려고요."
"싸우는 영화니?"
"아니요. 비행기 조종사 얘긴데요, 청연이라고."
어머니는 그 영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서, 같이 가잔다. 일요일 밤에 처연하게 혼자 보는 것보다 어머니랑 보는 게 훨씬 좋은 법, 난 어머님이 옷을 다 입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극장에 갔다.
"10시 20분 거 두장이요."
연인들로 가득한 극장에서 엄마와 있는 건 아직도 쑥스럽다. 사실은 효자도 아닌데 그렇게 오인받는 것 같아서.



영화의 초반부는 지루했다. 박경원이라는 여자가 비행사가 되고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자, 이제 나머지 시간은 뭘로 떼울 거지? 하지만 갑작스러운 반전이 일어나고, 영화는 그 제목처럼 처연하게 끝난다. 비행 장면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뭐 아주 재미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그런 영화. 엄마에게 여쭌다.
"영화 어땠어요?"
"너무 재미있었어! 끝나면 어쩌나 초조하게 봤는데, 그 새 두시간이 지나가더라고."
엄마라도 재미있었다면 그걸로 난 만족한다. 그러니까 '청연'은 좋은 영화다.

'너는 내운명'을 같이 본 이래 어머님은 난데없이 "니가 장가갈 때까지 너랑은 영화 안본다."라는 '홍대앞 선언'-우리집 있는 곳이 홍대앞이다-을 하셨고, 그걸 쭉 실천해 왔는데, 새해가 되면서 마음이 또 바뀌셨나보다. 마초영화 말고 엄마도 볼만한 그런 영화가 나온다면 또 엄마를 꼬셔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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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1-1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종찬 감독이 장진영을 꽤 신뢰하나 봐요. 혹시 <소름> 보셨어요? 그 영화 괜찮았는데... 아무튼 저도 보도록 노력해 볼게요.

마태우스 2006-01-1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소름 봤어요. 거기서 장진영이 미녀란 생각 한번도 안해 봤는데... 나중에 다른영화에서 보고 놀랐어요. 저렇게 이뻤어??

moonnight 2006-01-1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효자 맞아요. ^^ 청연 저도 보고 싶어요. 올해 아직 <왕의 남자>밖에 못 봤네요. -_-; 장 진영. 참 매력있죠? ^^

Mephistopheles 2006-01-1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가 다작을 한다고 명배우가 되는 건 아니긴 하지만...장진영씨는 작년 대종상 여우주연상 받기 전과 받기 후의 출연 영화수가 너무 차이가 나더군요..수상 후에는 오히려 본업보단 CF쪽에서 발군의 발전을 보인 듯 한 아쉬움이 남는 배우기도 합니다.

이네파벨 2006-01-1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저렇게 클로즈업해도 이쁘기만한 장진영의 미모가 부럽습니다.

모1 2006-01-1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 하셨어요. 아빠는 액션, 엄마는 멜로..두 사람의 공통점 자막읽기 싫어서 한국영화라는 것인데요. 보통 표 끊어드릴때..한번씩 번갈아 가면서..해요.

커피우유 2006-01-1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마태님 어머님... 맑스의 공산당선언 이래 가장 쇼킹한 선언을 하셨네요..
장진영의 작년 출연작수가 줄었던건 아마 [청연] 촬영에 올인하느라 그랬을듯...저게 거의 3년 가깝게 제작된 작품이라 하더만요.

늦었지만 마태님과 알라딘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줄리 2006-01-1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할머니는 안모시고 가셨어요? 할머니도 좋아하셨을 영화같은데...

stella.K 2006-01-11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다는 말도 있고, 생각보다 아니라는 말도 있고 한데...그래도 마태님 말씀이라면 믿어 볼게요. 그래도 이 영화는 안방극장에나 상륙해야 볼 수 있을 듯...ㅜ.ㅜ


클리오 2006-01-1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왜 싱글이어야 쉬는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 사람만 잘 만나면 둘다 빈둥대며 마음대로 하면서 살 수 있답니다.. (뭐 그렇다고 결혼을 권하는게 아니라, 결혼한 사람도 휴일에 마음대로 살 수 있다는거죠.. ^^)

2006-01-11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1-1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님 말씀 일리 있네요. 하지만... 사람을 잘 만나는 게 겁나게 어려우니 그런 게 아니겠어요...님같은 분은 정말 드물게 봅니다.
스텔라님/어맛 제 글을 잘못 읽으셨군요. 전 그저 그랬는데 엄마가 재밌다고 하셨다구요....
진주님/할머니가 그날 지방 갔다오셔서 피곤하다고 일찍 주무셨거든요...가면서 마음이 좀 불편하긴 했답니다.
커피우유님/제작비 때문에 제작사가 바뀌고 그랬다지요 아마. 초반부 연기는 좀 오버였던 것 같지만, 멋진 화면만 봐도 돈이 아깝진 않았답니다.
모1님/님이야말로 진정한 효녀시군요.
이네파벨님/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저거 뽀샵 좀 한 거 같지 않습니까.
메피스토님/뭐, 성룡은 일년에 하나씩만 영화 찍었잖습니까. 이쁘니까 이해해 줍시다^^

마태우스 2006-01-1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그럼요 장진영 참 매력있죠. 싱글즈 보면서 어찌나 웃었는지. 로맨틱 코메디가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인 듯...

2006-01-26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