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5일(목)
이유: 신년회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우리 교실 출신들이 모여 신년 덕담을 주고받기 시작한 게 한 십년은 되나보다. 올해도 비슷한 날짜, 비슷한 장소에 우리 교실에서 일한 경험을 공유한 ‘벌레 선생’들이 모였다. 나이드신 분이 주로 말씀을 하고 우리는 언제 끝나나 몸을 이리저리 꼬는 자리였었는데, 올해는 테이블이 분리되어 한쪽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다른 쪽에는 젊은 사람들이 앉게 되었다. 다행히도 난 젊은 층에 속하게 되어 우리끼리 수다를 떨며 덜 지루하게 보낼 수 있었다. 각자 신년계획을 말하는 순서에서 내가 했던 말, “그간 책을 매년 한권씩 써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요,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연구가 가장 쉬웠어요. 올해는 열심히 하려구요.”
2차로 간 노래주점, 음주가무, 특히 춤에 문외한인 내가 분위기를 살리려고 안쓰럽게 춤을 추던 게 그간의 신년회였지만, 이제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젊고 끼있는 애들이 앞다투어 노래를 예약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노래를 불러 댔으니까. 이제 그들은 내가 모르는 노래를 하고, 난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나한테 노래를 하라는 지도교수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저도 이제 마흔입니다.”
난 그날 노래를 단 한곡도 부르지 않았다.
젊은 애들 셋과 더불어 간 3차, 늘 감자탕집만 가는 게 지겨울 것 같아 참치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다. 무게 잡고 조언하는 걸 그다지 안좋아하는 나는 그들과 수다를 떨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었다. 12시 반쯤 자리에서 일어났고, 집에 가니 한시였다. 올해 신년회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