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5일(목)

이유: 신년회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우리 교실 출신들이 모여 신년 덕담을 주고받기 시작한 게 한 십년은 되나보다. 올해도 비슷한 날짜, 비슷한 장소에 우리 교실에서 일한 경험을 공유한 ‘벌레 선생’들이 모였다. 나이드신 분이 주로 말씀을 하고 우리는 언제 끝나나 몸을 이리저리 꼬는 자리였었는데, 올해는 테이블이 분리되어 한쪽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다른 쪽에는 젊은 사람들이 앉게 되었다. 다행히도 난 젊은 층에 속하게 되어 우리끼리 수다를 떨며 덜 지루하게 보낼 수 있었다. 각자 신년계획을 말하는 순서에서 내가 했던 말, “그간 책을 매년 한권씩 써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요,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연구가 가장 쉬웠어요. 올해는 열심히 하려구요.”


2차로 간 노래주점, 음주가무, 특히 춤에 문외한인 내가 분위기를 살리려고 안쓰럽게 춤을 추던 게 그간의 신년회였지만, 이제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젊고 끼있는 애들이 앞다투어 노래를 예약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노래를 불러 댔으니까. 이제 그들은 내가 모르는 노래를 하고, 난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나한테 노래를 하라는 지도교수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저도 이제 마흔입니다.”

난 그날 노래를 단 한곡도 부르지 않았다.


젊은 애들 셋과 더불어 간 3차, 늘 감자탕집만 가는 게 지겨울 것 같아 참치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다. 무게 잡고 조언하는 걸 그다지 안좋아하는 나는 그들과 수다를 떨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었다. 12시 반쯤 자리에서 일어났고, 집에 가니 한시였다. 올해 신년회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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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1-0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로가 되신것을 축하 드려요^^

Kitty 2006-01-0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일기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으시군요. 훌륭하십니다! >_<

하늘바람 2006-01-0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노래하고 싶지 않으셨어요?

kleinsusun 2006-01-0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마흔입니다.” - 정말??? 어쩜 그리 동안이세요? ^^

마늘빵 2006-01-0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원하시는게 있나봐요.

모1 2006-01-0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와 춤을 어떻게 그 동안하셨는지..궁금하네요. 후후..

moonnight 2006-01-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워낙 가무에 무능한데 자꾸만 노래시켜서 괴로와요. ㅠㅠ 그렇지만 마태우스님의 춤과 노래는 왠지 무지하게 깜찍하실 것만 같은 기분이.. ^^

Mephistopheles 2006-01-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로라는 표현은 왠지 나이가 들어 보이고...든든한...중견....같아 보이시네요...^^
( 선봉 차봉 중견 부장 대장 에서의 중견...입니다..^^)

마태우스 2006-01-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중견, 그 호칭 마음에 드네요^^
달밤님/아네요 제가 춤을 안배운 걸 무지하게 후회하고 있답니다. 노는 애들만 추는 건 줄 알고...흐흑.
모1님/어거지로 했답니다 흑...
아프락사스님/저도 님께 원하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선님/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시키실 거 있으면 언제라도....^^
하늘바람님/아아니요. 전혀요! 노래라면 이제 지긋지긋해요
키티님/헤헤 훌륭하긴요. 워낙 많이 먹어서 좀 안먹어볼까 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취지와 어긋나게 나가고 있죠
여우님/원로 아니랍니다^^ 저는 중견, 여우님은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