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12월2일(금)
이번주는 내게 재활 기간이었다. 3주간 퍼마신 술로 탈이 난 게 지난주 토요일, 난 그때부터 5일간이나 술을 쉬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이삼일 안마시면 괜찮겠지 생각했건만 이번 사태는 좀 오래 갔다. 난 시시때때로 헛구역질을 했으며, 혹시 몰라서 hCG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음성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술약속을 잡지 않았기에 주말만 잘 쉬면 8일간 술을 안마시는 대기록을 수립하는 동시에 내 몸도 완전히 회복되리라 생각했다.
그런 기특한 마음으로 무슨무슨 연수교육에 갔다. 거기서 남자동창 하나(친구1)를 만났고, 우린 맨날 하는 인사를 했다.
“야! 넌 어쩜 하나도 안변했냐? 학생 때랑 똑같아!”
“너두너두! 정말 신기하다 그지?”
그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여자 동창 둘을 더 만나자 사태가 급변했다.
친구2: 이름이 중동의 나라이름과 같으며 소문난 미녀다. 눈이 부셔서 학생 때 제대로 쳐다본 적도 없다.
친구3: 과커플이라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의대에도 저런 미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해준 사람.
주제발표가 끝나고 패널토의가 이어질 무렵 친구2가 “커피 마시러 가자.”고 부른다. 가방을 싸들고 간 곳은 ‘두레’라는 커피숍. 정말로 커피를 시키려는데 친구3이 이런다.
“아주머니, 혹시 동동주 있어요?”
동동주가 없었기에 우리는 피쳐를 시켰다. 학생 때 별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지만 동창이라는 건 그간의 세월을 뛰어넘게 해줬다. 우린 편하게 이야기를 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두개째의 피쳐가 빌 무렵 친구3이 말한다.
“아주머니, 혹시 소주 있어요?”
나: 너 오늘 좀 달리는구나.
친구3: 나 원래 이랬어. 니가 몰라서 그렇지.
두병째, 그리고 세병째의 소주가 나온 것까진 기억이 난다. 친구3이 족발을 시킨 것도 생각난다. 내 기억은 유감스럽게도 거기까지다. 글 마감 때문에 전날 세시가 넘어 잔 게 영향을 미쳤는지, 속이 안좋아 안주 없이 술만 마신 탓인지, 아니면 내 주량이 그게 한계인지, 난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그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 즐기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인데, 집에 오니까 어머니가 일찍 왔다고 좋아하신다. 하긴, 네시부터 달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