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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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하 열흘)’이라 최소한 열흘 안에는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무려 보름이 지난 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동안 술도 많이 마셨고, <7인7색>을 비롯해서 새치기를 한 책들도 있긴 하지만, 책에 워낙 많은 사람들과 용어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읽다보면 머리가 어지러웠던 게 늦어진 이유였다.


87년 박종철 열사가 고문치사로 숨졌을 때 얘기다. 우연히 어머니와 친구분이 말씀을 나누시는 걸 들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니 그걸 누가 믿어?”

“글세 말야. 고문해서 죽인 거 다들 아는데.”

난 놀랐다. 소위 ‘엄마들’은 사회에 관심도 없고, 정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 줄 알았었으니 말이다. 그해 6월, 학생들과 재야인사들이 봉기했을 때 시민들 역시 그 시위에 동참했고, 그분들의 지지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


‘열흘’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을 한 것은 민중들의 각성이 있어야 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몇 공산분자들이 기습적으로 권력을 찬탈했다고 배워왔던 어린 시절의 교육과는 달리 러시아 민중들은 한결같이 레닌을 중심으로 한 소비에트를 지지했고,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는 부르주아와 왕당파에 맞서 싸웠다. 이건 물론 소비에트가 자신들을 대변한다는 걸 민중들이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저자 존 리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러시아 각지에서 수많은 노동자.농민.병사들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명하게 결정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마침내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결의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바로 그것이 러시아 혁명이었다(190쪽).”

그렇기에 한 늙은 노동자는 반동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던 날 이렇게 외칠 수 있었다.

“내 것입니다! 이 순간, 모든 것이 내 것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볼세비키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유산계급과 타협해서 된 것이 아니”었으며, “기층 민중의 거대하고도 단순한 욕구를 그들이 현실화해 줬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혁명 과정에서 숨진 동지들을 묻으면서 러시아 학생이 한 말은 나를 놀라게 했다. 미국인 기자인 저자에게 그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네 외국인들은 우리 러시아인들이 중세의 왕국을 그토록 오래 견뎌 왔다는 사실에 경멸을 표시해 왔습니다. 그러나...자본주의는 (짜르보다) 더 나빠요.”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는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니, 그 학생의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 근데 이 책 누가 주셨지요? 혹시 하루님이 선물하셨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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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3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목이 참 궁금증을 불러 일읔는군요.

하루(春) 2005-11-3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건 제가 아닙니다. 참, 어려운 책 많이 읽으시네요. 이건 '책갈피'네요. 제가 드린 건 그린비였던 것 같은데...

마태우스 2005-12-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음, 아니군요. 하루님한테 받은 게 많다보니 무조건 하루님이 준 걸로 생각하게 된다는...^^
하늘바람님/책 제목이요?? 아님 리뷰 제목이요?^^

부리 2005-12-0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리뷰입니다. 추천합니다.

Joule 2005-12-0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거의 같은 기간에 이 책을 읽으셨네요. 리뷰는 잘 쓰셨는데 별이 네 개라서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마태우스님의 리뷰 별점은 형평성이 좀 떨어지는 경향이.

필터 2005-12-1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놀란 것 하나 있어요
벽제 화장터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버스안이 시끄러워지는 거예요
읽던 책을 덮고 보니 호호백발 할머니 세분이서
"저까짓 납골이 무슨 소용이냐? 저거도 죄다 쓸데없는 짓거리다
그저 죽으면 깨끗하게 태워서 뿌리는 것이 좋은 거야"

"암요. 요즘에는 뼛가루를 찰밥에 섞어 동물들 먹이로 주죠. 특히 겨울에는 먹을 것 없는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정말 육순 넘기고 칠순도 넘긴 듯 한 분들, 세분의 이야기...참 깊은 감동이었습니다